무인.

육십갑자에서 15번째에 등장하는 간지이다.

우리나라는 정축년의 꼬리에 IMF라는 된서리를 맞고 바야흐로 올해
무인년에 그 처참한 실상을 감내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천간자 경으로 시작되는 해에 그다지 운이 안
좋았다고 볼수 있다.

가까운 근세사로 경술국치가 있으며 6.25는 경인년에 발발하였다.

우리나라를 중앙토의 동방으로 보아 갑이라는 목오행으로 상징화했을 때
경이라는 금 오행과 서로 상극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다시말해 커다란 동량목인 갑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을 때에는
별탈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이에 반할 때에는 그다지 재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무인년은 어떠한가.

세세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지나간 시대의 무인정사라거나 병자호란 후에
닥친 극심한 기근을 상기해보면 그다지 나라에 이롭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1998년 자체의 역사는 택천쾌이다.

결단 결정 정리 제거 등의 의미가 있다.

구조조정, 정권의 이양 등을 생각해 볼때 의미심장하다.

사주학에서 무는 건조한 흙이며 인은 커다란 나무인데 형이상학적으로
메마른 흙과 태양, 그리고 큰 나무라는 세 요소의 합성이라 해석된다.

본디 나무라는 것은(우리나라 갑목) 적당한 수분과 태양, 그리고 비옥한
토양이 있어야만 잘 자라는 법인데 무인년에는 수분이 고갈되어 있다.

목이 타는 것이다.

그러나 사주학에는 또다른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통근이라는 것인데 갑목이 동질의 인목을 만나서 조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최종적인 해석은 어떻게 내려야 할까.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비록 힘이 들더라도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이 점진적인 발전이 있을 거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쾌가 말하듯 정의롭지 못하거나 사리사욕이 개입된다면 발전은 물건너 남의
일일 것이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는 사탕발린 말도 있지만 구구이 얘기할 것 없이
바늘 틈새의 기회를 자기 것으로 잘 만드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성철재 < 충남대 교수 / 역학연구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