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생존전략과 과제 ]

이대근 < 성균관대 교수 >

지금 한국의 기업은 안팎으로 도전을 받고 있다.

마치 내우외환을 만났다고나 할까.

정부로부터는 구조조정이란 이름아래 각종 입에 쓴 기업개혁을 강요받고
은행으로부터는 빌린 돈의 조속상환을 강요받고 있으며 노조로부터는
총파업과 해고불가의 압력을 받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바다건너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는 한국적 "재벌형" 기업조직을 당장
뜯어고치라는 압력이 드세다.

부채비율을 낮추고 결합재무제표를 만들어가는 등 마치 내정간섭을 받고
있는 셈이다.

생산주체이자 생존력 경쟁력의 기반인 기업이 이처럼 안팎으로 공격대상이
되어도 괜찮은가.

기업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한들 기업을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위기를
극복할수 있는 다른 묘안이라도 있는가.

미니뱅은 안되고 빅뱅만이 그것도 철저한 빅뱅만이 기업을 살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주장은 또 무슨 논리인가.

그러나 저러나간에 기업은 당장의 자기생존을 위해 뭔가 대 변혁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옛날 이스라엘사람들의 엑소더스(출애급)처럼 현상황의 타개를 위한 어떤
"대탈출"의 모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대탈출의 방향과 전략은 무엇인가.

이 짧은 글에서 밝혀야 할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첫째 오늘의 한국기업은 먼저 민족주의사상으로부터 탈출해야한다.

지난날 민족주의자 박정희시대에 길들여진 전통을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신토불이라는 케케묵은 슬로건아래 국내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유치한
생각일랑 아예 걷어치워야 한다.

둘째 전통적인 가족주의 온정주의로부터의 탈출이 그것이다.

언필칭 무한경쟁의 글로벌화 시대에 끝까지 책임지지도 못할 것을
한식구입네 한가족입네 하고 종업원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또 기술과 경영능력으로 말해야지 온갖 추잡한 연줄을 총동원해
돈벌이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셋째 남의 자본으로 기업하겠다는 타인자본주의, 그 연장선상에서의
외형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남의 돈은 적당히 떼먹을수 있다는 인식이 고쳐져야 하고 또 남의 돈으로
기업하다가 망하면 모든 재산을 부채상환에 바치고 자기는 알거지로 거리에
나앉아야 한다.

끝으로 한마디.

한국기업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계쪽에 몰려있는 경제잉여를 어떤 방법으로든 기업으로 되돌려와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안되면 앞에서 제기한 대탈출의 전략도 한낱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임을 덧붙여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