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이라면 누구나 산을 사랑하겠지만 산림청 산악회원들의 산 사랑은
유별나다.

국토의 7할을 차지하는 산.

그런 땅에서 "산지기"로 태어난 우리들은 그 누구보다 산을 가꾸고
지키겠다는 정신으로 꿈에서도 산속을 누빈다.

매일 산림을 대상으로 일하며 전국의 산림을 손바닥 보듯 하고 있지만,
한달에 한번씩 갖는 산행은 평상 일과와는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92년 10여명의 산지기들이 시작한 이 모임은 7년동안 40여명으로 불어나
산림청내 가장 회원이 많은 모임이 됐다.

그동안 많은 산행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

94년 "중앙부처 등산대회"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던 일.

만추의 홍엽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설악산 대청봉.

철쭉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진 소백산 연화봉.

천관산 산행후 소주파티에 나왔던 목포 세발낙지의 살살 녹는 맛 등을
잊을 수 없다.

산악회 초대회장이었던 김영달 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2대 회장을 맡았던
정상원 한국식품개발원 부원장은 산을 떠나 살 수 없는 분들이다.

요즘도 가끔 산행 날짜를 물어 올 정도로 관심은 여전하다.

며칠전 3대 회장을 맡은 김용한 자원조성국장은 산림행정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만큼, 산악회 발전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또 부회장에 선임된 김청광 비서실장과 장금환 법무담당관도 버팀목 역할을
든든히 해 주고 있다.

산악회는 지난 1월 초순 광릉수목원 뒷산 소리봉에서 시산제를 올렸다.

이 시산제에서 "올해는 나무들이 잘 자라게 해주시고, 우리 금수강산을
산불로부터 지켜 주십사"라고 간절히 기원했다.

우리는 이날 소리봉 정상에서 세상 어떤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의 장관을
만끽했고, 칼바람이 코끝을 발갛게 달구는 겨울산행의 멋을 한껏 즐겼다.

횟수가 늘어 날수록 산행의 묘미는 더해 가고 직장분위기 또한 더없이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문명 앞에 숲이 있었고, 문명 뒤엔 사막이 남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 말을 가슴에 깊이 새긴다.

그리고 산을 가꾸며 지키는 일의 사명감을 새롭게 다진다.

조준규 < 산림청 기획예산담당관실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