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한국경제 위기극복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중심으로 짜여진 기업구조를 뜯어고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보스톤 컨설팅그룹(BCG)의 데이비드 영 한국지사장은
이에대해 "핵심역량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8일 서강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초청강연에 참석,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사업부문에 자원이 효율적
으로 배분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각 개별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할때 관련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함께 고려하는 "산업대표의식"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 지사장의 강연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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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투명한 재무원칙, 선진 경영기법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핵심역량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감원이나 감봉만으로 구조조정이 끝나는게 아니다.

소규모 자산매각이나 한계사업정리, 유동성부족에서 비롯된 일시적 투자
연기나 부채비율 감소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조조정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변모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사업의 목적과 전략을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이 한국의 재벌해체와 동의어로 쓰여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의 진정한 의미는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될수
있도록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업종전문화가 구조조정의 목적은 아니다.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사업다각화도 장점이 많다.

물론 현재 한국 대기업들의 사업다각화 수준은 효율적으로 관리할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따라서 관련사업간 연관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등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재벌해체와 구조조정은 다른 차원의 개념이란 얘기다.

한국기업들은 서구기업들과 달리 구조조정후에도 어느정도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은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가치창출의 원동력및 한국형
사업모델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구조조정은 성장중심형 사고를 탈피,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데서
시작된다.

여기에 필수적인 양대요인이 책무수행의식(stewardship)과 산업대표의식
(Industry Statesmanship)이다.

책무수행의식이란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가치를 창출할수 있는 사업부문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서 기업들은 각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자본비용을 검토 분석한뒤
각 사업부문에 대해 영업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창출에 실패한 사업은 투자를 중단하거나 철수하는게 옳다.

반대로 수익성 있는 핵심역량 사업은 육성해야 한다.

핵심사업이 반드시 자본비용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전제 아래
경영진은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자산을 줄이거나 생산성을 확상시키고 비용구조를 조정해야 한다.

단순히 한계사업에서 퇴출하는 것만으로 구조조정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핵심사업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논의하는게 중요하다.

기업의 재무투명성 확보도 책무수행의식의 필수 요건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은 투명한 재무분석을 통해 사업의 지속방안및 실패
원인 규명, 자원의 효율적 배분, 경영평가, 투자계획상의 수익성 확보 등에
대한 경영능력을 키울수 있다.

산업대표의식(Industry statesmanship)도 구조조정을 성공시키는데 필수적
이다.

구조조정은 자산처분이나 한계사업 철수 등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산업대표의식을 갖추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산업대표의식이란 경영자가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을 할때 관련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사명감을 말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관련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다시 그 산업에 속한
개별 기업들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따라서 진정한 구조조정은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산업부문의 구조조정으로 확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기업들은 해외기업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산업대표의식을 확립하는 데에는 대기업 경영자들의 역할이 크다.

이들이 시장점유율이 낮은 소규모경쟁업체, 수익률이 낮은 기업들을 선도
하면서 산업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미국 GE가 대표적인 예다.

GE가 TV사업부문을 톰슨사의 의료장비 사업부문과 맞교환하자 당시
미국에서는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GE의 전통을 상징하는 사업을 팔아치웠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GE의 TV사업부문은 당시 30억달러 매출에 2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GE는 수익성이 높은 의료장비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 사업 맞교환으로 GE와 톰슨이라는 2개의 경쟁력 있는 기업이
탄생했다.

한국기업의 경영진과 정책결정자들도 이런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금융, 자동차, 석유화학, 가전, 섬유, 정보통신산업 등의 업종이 후보가
될수 있다.

인수합병에도 산업대표의식이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대부분이 소규모 기업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역량구축, 규모의 경제실현, 고객의 세계화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규모를 확장해야 한다.

해외에 기반을 구축해야할 필요도 있다.

규모의 확대를 위해서는 인수 합병과 사업교환의 방법이 있다.

대기업들과의 인수합병이 성공할 경우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규모의 경제,
지리적 확장, 수평 수직적 확장 등의 효과를 볼수 있다.

인수합병은 또 고객관리, 구매력, 제조비용절감에 대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통합, 우월한 제품기반을 마련하고 프로세스내의 다양한 역량을 향상시킬수
있다.

인수합병은 해당기업간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는지, 통합과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명확한 원칙확립, 전문팀구성, 조직구조
설계, 규칙설정, 뚜렷한 목표설정과 이에 따른 성과평가, 객관적인 인사
관리프로세스확립, 의사전달 프로그램설정 등이 요구된다.

한국경제와 기업이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재확립할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업 경영진들에게 요구되는 변화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결과도 빨리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은 의식과 문화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경영에서 책무수행의식의 고양과 산업대표의식의
확보를 통해 변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다.

< 정리=노혜령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