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탕감할것" "우선변제권을 보장할 것" "조세를 감면할 것"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 요구하고 있는 조건들이다.

협상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한라펄프제지가 미국 보워터사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것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M&A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의 매각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채권금융단은 물론 정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부채원금탕감(write-off) =한라펄프제지를 인수키로 합의한 미국
보워터사는 처음부터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빚탕감을 요청했다.

한라펄프제지의 부채 4천5백억원중 약 2천억원(1억4천만달러)만 남기고
나머지 2천5백억원은 탕감해 달라고 요구한 것.

산업은행 등에서 난색을 표했으나 협상끝에 2천억원을 탕감해 주는 것으로
낙착됐다.

결국 보워터는 한라펄프제지를 1억7천5백만달러(약 2천5백억원)에 인수하게
됐다.

"은행들은 이 방법이 은행내규에 없는 일이어서 난처해 했지만 이쪽이
유리하다는 점을 수긍해 타결될 수 있었습니다"(한라펄프제지 김성봉 상무)

한라그룹에 10억달러의 투자를 신디케이트론으로 들여올 로스차일드도
부채탕감을 원하고 있다.

법정관리 등 회사갱생절차에 들어가면 거치기간동안 원리금을 못받는다.

반면 부실채권을 탕감해주고 현금으로 당장 빚을 돌려받으면 채권단에도
이득이라는 얘기다.


<> 우선변제권보장 =구조조정에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는 투자자의 채권에
대해서는 우선변제권을 보장해 줬으면 하는 것도 외국투자자들의 희망사항.

영미법에서는 파산상태의 회사(debtor-in-possession)에 자금을 지원하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최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이상 자금을 지원할수 없는 채권단입장에서도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게 외국투자자들의 주장이다.


<> 영업권(business)의 일괄담보화 ="담보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국처럼
영업권을 일괄적으로 법원에 등록해 공시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김수창
변호사)

현행 담보법 규정상 노하우나 영업권은 개별적으로 담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무형자산도 금융기관등에서 담보로 인정해야 회사의 자산가치를
제대로 평가할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권이 제도적으로 평가되지 않아 외국투자자들은 인수협상시 영업권의
담보가치를 놓고 지나치게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 조세감면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주식양도차익 신주할증
프리미엄 영업양도이익 자산매각차익 합병차익 등 과세소득에 대해 조세를
감면하거나 나중에 낼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다.

부도난 회사에 대해서는 조세채권도 정상화된 후에 받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 별도의 법체계 =현행 화의법과 회사정리법은 파산에 직면한 회사를
기존부채의 이자감면과 기한유예(rescheduling)에 의해 갱생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구조조정에 의한 자력갱생을 법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규정은 없다.

자력갱생하려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식양도 신주발행 영업양도 자산매각
금융기관차입 합병및 사채발행 등을 지원할 별도의 법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투자자들은 이외에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야만
부실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해 질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