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약세로 인해 국제사회의 따가운 질책을 받던 일본이 마침내 감세와
재정지출의 증대를 골자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한편에서는 일본정부가 국내외로부터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정도의 조치로는 아직 부족하다며 경계한다.

왜 국제사회는 일본에 대해 강력한 경기부양압력을 가하고 있는가.

일본이 재정확대정책을 쓴다면 그 파급효과는 어떤 경로로 다른 나라에
전해지는가.

정부의 조세감면정책은 민간부문의 소득을 증대시켜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킨다.

민간부문에서의 수요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정부가 재정지출을 증대시키는 것도 정부부문에서의 수요 확대를 의미
한다.

조세감면이나 재정지출의 증대는 모두 재정확대정책의 일환으로 수요를
자극함으로써 경기부양의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경기부양정책은 두가지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준다.

하나는 국내의 수요증대가 자국상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외국상품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게 되고, 이는 교역 상대국의 수출이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일본의 내수확대가 다른 나라의 수출증대를 가져오고 따라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다른 나라에로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로는 이자율 변동과 이에 따른 환율의 변동을 통해서다.

재정확대정책은 국내의 투자수요를 증대시키고 이는 자본에 대한 수요의
증대와 이자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국외로부터 자본이 유입되고, 자본유입은 통화가치의
상승, 환율하락을 초래한다.

일본 정부가 재정확대정책을 취하면 일본의 국내 이자율이 상승하고 엔화의
가치 또한 상승한다.

엔화가치의 상승은 일본 상품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을 감소시킨다.

반면에 수입상품의 일본내 판매가격은 하락하게 되고 따라서 수입은
증가한다.

일본의 교역 상대국이나 일본과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수출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일본의 경기부양책은 다른 나라의 경기를 확대시키는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물론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국내 이자율의 상승에 따라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키게 되고 또한 엔화강세를 통해 수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경기
부양의 효과를 일부 상쇄시켜 버린다.

오늘날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문제에 비추어 볼 때 70~80년대의
일본기관차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더구나 최근들어서는 재정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등 동남아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지 않았을 때의 부정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만약의
공황에 대한 일본책임론 또한 일본에 적잖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 교수 / 경제학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