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민사50부가 뉴코아그룹 9개 계열사 화의신청을 기각한 것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이 확실하다.

우선 미도파 청구 보성 한라건설 만도기계 수산중공업 화승 등의 화의신청
도 기각될 것이 확실시된다.

서울지법 합의50부는 화의 법정관리 파산 등 회사정리절차 전담재판부이기
때문에 "은행빚 2천5백억원이상 대기업 화의불러"라는 이 재판부의 기준은
전담재판부가 없는 다른 지방법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자산과 빚규모가 크고 채권자수가 많은 대기업
화의신청을 기각하도록 화의법을 개정한데 이어 법원이 화의불허 대기업
기준을 빚 2천5백억원이상으로 구체화했다고 볼 수 있다.

화의제도는 법정관리와 여러가지로 차이가 있다.

우선 법정관리는 경영권이 법정관리인에게 넘어가고 기존 대주주소유
주식을 소각할 수 있는 반면 화의는 기존 경영권자가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바로 이점 때문에 기업주들이 법정관리보다 화의를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채권자인 은행입장에서도 대출원리금이 장기간 동결되는 법정관리보다
화의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손충당금 적립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법정관리는 종료될 때까지 중요한 경영행위를 계속 법원에서 점검하지만
화의는 개시결정과 동시에 기존사주가 화의신청이전과 꼭같이 전권을 행사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화의조건(채권자와 약정한 금리 등)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기존대주주를 과보호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될 소지도 분명히 있다.

또 최근 들어서는 부도를 내지않은 건실한 기업인이 엄청나게 높은 금리에
시달리고 있는데 부도를 내고도 계속 경영권을 행사하는 화의기업인은 낮은
금리를 무는 것은 사회정의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업이라고 해서 이 제도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논리는 꼭
옳다고만 하기 어렵다.

화의제도가 채권자와 채무자간 채권채무계약을 수정키로 합의한 것을
법원이 의정하는 골격이라고 보면 그렇다.

채무자가 대기업이라고 해서 법원이 이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논리는 다소 이상하다.

대기업화의는 기각하도록 개정한 화의법은 한마디로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은행은 항상 대기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 그래서 대기업과
은행간 계약에는 공적인 합의개입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그런 점에서 화의법개정-뉴코아기각에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뭔가 잘못돼있는 금융현실을 되새기게
한다고 할 수 있다.

채권자인 은행이 경영권자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 갱생가능성있는 대기업
화의에만 동의하는 식으로 제기능을 한다는 "빚 2천5백억원이상" 등
경직적인 법원결정은 애시당초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