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지난 6일 9,033.23으로 폐장돼
종가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올해안에 10,000선 돌파가 예상될 정도로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미국
증시의 주가상승이 어느 한순간 폭락세로 돌변할 경우 자칫 20년대말과 같은
세계 대공황을 촉발하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감은 얼마전 무디스사의 일본국채에 대한 장기신용전망 하향
조정을 계기로 일어난 일본 금융시장의 동요때문에 더욱 증폭됐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세계각국은 지금부터라도 정책조율을 강화해야 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도 거품제거 부실정리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우리경제의 회복에 중요한 인도네시아사태 악화예방 및 중국 위앤화
평가절하방지 등을 위해서도 일본의 금융개혁 및 경기회복이 더욱 절실한
형편이다.

우리가 미국증시의 주가상승을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지난 몇년동안 다우지수가 몇배나 오르는 등 과열조짐이 뚜렷하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의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지역은 통화위기로
촉발된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는 등 세계경제의 불균형 심화에도 불구하고
선진각국의 정책협조 및 조율이 부진하다는 점이다.

다우지수 지난 87년1월 2,000선을 돌파한뒤 그해 "검은 월요일"의 폭락을
딛고 91년4월 3,000선, 95년2월 4,000선, 95년11월 5,000선, 96년10월
6,000선, 97년2월 7,000선, 97년7월 8,000선을 각각 돌파하며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게다가 요즘 미국증시의 과열현상은 금융장세에 따른 거품성격이 강해
걱정이다.

이는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간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9,000선
돌파를 촉발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저물가-고성장으로 대표되는 미국경제의 기본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무역수지적자폭이 확대일로에 있고 특히 지난해 동남아
통화위기가 터진 뒤부터 해외자본이 위험을 피해 미국으로 몰려와 달러가
과대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최근 일본정부가 외환규제를 철폐하는 금융빅뱅을
단행한 결과 당분간 가속화될 것 같다.

이밖에 유럽통화통합이 단행될 경우 기축통화인 미국달러의 비중하락
가능성도 잠재적인 환율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마당에 세계주요 연구기관들은 하나같이
적어도 앞으로 2~3년동안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어 파국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니 별 문제없다는 하시모토 총리의
주장은 대공황 직전의 후버 대통령이나 IMF사태 이전의 강경식 부총리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지금이라도 국제협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