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능의 고급형 PC는 노 땡큐 (No thank you , 필요한 기능만
있으면 값싼 PC가 최고다" IMF한파로 국내 PC소비자의 구매태도가 바뀌고
있다.

최첨단의 고급기종을 찾는 대신 자신의 필요에 맞는 저가제품을 고르는
알뜰구매가 확산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용도에 관계없이 최고급 기종만 선호했다.

게임을 주로 하는 초등학생이건 워드프로세서와 인터넷을 많이 쓰는
대학생이건 한결같이 최고속의 펜티엄II급 중앙처리장치(CPU)와 32메가바이트
메모리를 갖춘 제품을 찾았다.

PC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해 신제품도 6개월만 지나면 "고물"이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같은 구매패턴에 타당한 면도 있다.

그러나 IMF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장 쓸 돈이 줄어들어 이제 미래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이후 "1~2년 뒤까지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쓰는데 적당한 저가품을 산다"는 구매패턴이 뚜렷이 나타났다.

국내 PC구매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지난해까지 2백만원대의 중가품.

삼성의 경우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PC 가운데 2백만원대 제품이 50%를
차지했다.

반면 2백만원 미만 제품 비중은 15~20%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엔 2백만원 미만짜리의 비중이 35~40%로 높아졌다.

이런 추세에 맞춰 각 업체들은 "IMF형 PC"라는 이름을 붙여 2백만원미만의
저가품을 내놓거나 이에 해당하는 기존제품의 판매에 치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인텔 펜티엄MMX급 CPU와 16메가바이트 메모리를
갖춘 1백69만원대의 보급형PC "매직스테이션X M4000"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판매시작 열흘만에 3월 공급분 8천대가 전부 팔려나가는
히트를 기록했다.

삼보컴퓨터 PC도 저가품이 잘나간다.

이회사의 대표적인 저가품인 "드림시스 2100"(1백59만원)의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올해는 50%선으로 높아졌다.

LG-IBM 제품은 1백91만원인 "MN520-L59MBL4", 대우통신의 경우
1백31만원짜리가 제일 잘나간다.

삼보가 지난해 내놓은 체인지업 PC 또한 넓게 보면 비용절감형 제품에
속한다.

구입 2년뒤에 중앙처리장치(CPU)와 마더보드를 바꿔주는 것이 이
제품의 특징.

사용자가 내야할 업그레이드 비용을 제조업체가 대신 부담해주겠다는
것이므로 구매자는 그 비용만큼 절약할수 있다.

이 제품(펜티업II급 3백3만원, 펜티엄MMX급 2백49만원)은 지난해 11월
판매후 지금까지 모두 5만5천대가 팔리는 성공을 거뒀다.

이 제품이 성공하자 중소업체인 두고정보통신은 더 파격적인 무료
업그레이드를 내세웠다.

이 회사는 구입 1년반 후에 CPU와 마더보드는 물론 그래픽카드
사운드카드까지 교체해주는 "컴마을 금도끼 은도끼"를 내놨다.

가격을 1백35만원으로 낮추기 위해 중저가부품을 채용했지만
초.중.고생용으로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중고제품 보상판매, DIY행사, 무상수리캠페인, 알뜰구매전등도 IMF시대를
맞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19~22일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제17회
국제 컴퓨터.소프트웨어.통신전시회(KIECO)에서는 각종 PC관련상품
할인판매와 DIY행사가 PC구매자들의 인기를 모았다.

엘렉스컴퓨터가 지난달 실시한 중고컴퓨터 보상판매에서는 무려
8천여대가 팔렸다.

PC수리 전문업체인 서비스뱅크는 지난달 21~26일 전국에서 개최한 PC수리
행사도 PC사용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PC관련 서적업체인 "컴뉴스컴나라"는 1~5일 여의도 종합전시장에서
PC알뜰구매 박람회를 열어 PC 부품과 완제품 10~30% 할인판매한다.

전반적인 불황이 이어져 당분간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지기 어려운
만큼 업체들의 저가품 물량확대와 보상판매는 계속될 전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