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대주주를 이사로 선임, 이사회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방침에 따라 회사경영은 회장 사장등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되 대주주들도 이사로서 책임을 진다는 취지다.

19일 현대그룹 계열사중 가장 먼저 주총을 연 현대자동차는 등기이사수를
28명에서 10명(사외이사포함)으로 축소하고 이사를 모두 새로 선임했다.

10명의 이사는 회사를 직접경영하는 3명의 집행이사와 4명의 대주주이사,
3명의 사외이사 등이다.

대주주이사는 정세영 명예회장 정몽헌 현대그룹회장겸 건설회장 이영기
현대중공업부사장 호리 요시카즈 미쓰비시상사 이사 등.

정세영명예회장은 개인대주주로서, 정몽헌회장등은 법인주주의 대표로서
이사로 선임됐다.

집행이사로는 정몽규 회장 박병재 사장 이방주 부사장, 사외이사로는
김동기 고려대교수 김진현 서울시립대총장 신영무 세종합동법률사무소
공동대표등이 등재됐다.

현대가 이처럼 대주주를 해당회사의 이사로 선임한 것은 그간의 관례를
깨는 것으로 재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각 계열사별로 실행하게 될 이사회 중심 경영의 기본원칙은
집행이사에게 경영의 전권을 주되 이사회가 지휘감독권을 갖는다는 것.

유명무실했던 이사회를 회사의 실질적인 최고 의결기구로 격상시켜
경영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이사진은 대주주와 회사경영 실적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집행이사,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해 소액주주들을 보호하는 사외이사의
"3각체제"를 축으로 한다.

구성은 집행이사 4명, 대주주이사 2명, 사외이사 2명을 기본을 하는
4-4-2 시스템이다.

집행이사가 적고 대주주이사나 사외이사가 많을 경우 회사 경영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비율을 이같이 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경우엔 회사 규모가 커 원칙에서 벗어났을 뿐 다른
회사는 이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현대는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또 이사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정관을 고쳐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중요
사항을 의결한다"고만 돼있던 항목에 "이사 및 경영진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선다는 것을 명기해놓은
셈이다.

"이사회의 의결사항을 집행하기 위해 경영진을 둔다"는 항목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최고 권한은 이사회 의장이 갖는다.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주재할 뿐 아니라 가부동수일때 캐스팅보트를
하는 가장 막강한 위치다.

대부분 회사는 대표이사 회장이 당연히 이사회 회장을 맡지만 현대그룹은
"대표이사 회장이 반드시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회장을 달리 할 수도 있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경영능력이 검증된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지만 원칙은
경영능력이 뛰어난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고 대주주는 이사회에서 경영을
감독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올해는 정부가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만큼 대부분 대표이사회장이
이사회회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경영과 소유는 분리해 나가겠다는게 현대의 경영체제
혁신의 최종 목표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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