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의 사회현상을 보면 우리경제가 IMF의 관리체제하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더구나 난국극복에 앞장서야할 정치권은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산적한
국정현안을 논의하기보다 힘겨루기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과연 이래도 되는건지 정치지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냉정하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대립으로 새정부의 조각이 늦어지고 차관급인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행정공백으로 인한 국정차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정권 교체기이기 때문에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만 우리경제가 처한 국가적 위기상황을 생각하면 그것은 실로
한가한 소리다.

더구나 지금과같은 혼란상황이 계속된다면 가까스로 넘긴 국가부도위기를
다시 불러들일 우려가 있음을 정치지도자들은 물론이고 새로 임명된
고위공직자들이 새롭게 인식해야 할 일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돼 새 내각의 골격이 갖춰지기까지는 벌써
열흘이상이 걸렸으며 그에 따른 국력낭비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너 나 할것없이 고위직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따라서 행정이 제대로 이뤄졌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행정 각부는 이제 또다른 인사태풍에 휩싸일 판이다.

조직개편으로 인한 인사이동까지 겹쳐 사상유례없는 대규모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조직개편으로 보직이 없어진 자리만도 7천7백여개에 달한다는 계산이니까
그 파장을 짐작할만하다.

이런 판국에 공직자들더러 자리에 연연하지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해서 될 일도 아니고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 인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하고 정부조직과
공직사회의 분위기 안정을 통해 제자리를 찾고 경제위기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끼니를 걱정하는 실업자, 무너지는 중소기업등 민생대책마련이 화급을
다투는 마당에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는 뒷전으로 제쳐두고 총리서리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 심판청구" "북풍조작 국정조사"등 국가경제와는 거리가
먼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여야를 막론하고 지탄받을 일임을 정치지도자들은
똑바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정치적 혼란이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국가부도위기가
다시 초래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정치지도자들의 책임으로 귀착될 것이다.

누차 강조한바 있지만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늘의 국민생활이 어떤 상황에 직면해있고 외국인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경제가 IMF의 관리하에 놓여있는 국가비상사태 바로 그것이란
사실을 우리 모두 다시한번 상기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