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밀레니엄버그"라 하는 컴퓨터 2000년도 표기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비가 너무 소홀해 걱정이 크다.

미-일 등 각국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실태파악 전담기구설치 등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는 전체적인 현황파악은 고사하고 인식부족으로 아직까지도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실정이라 안타깝다.

밀레니엄버그란 한마디로 컴퓨터 및 관련 시스템에 있는 2000년 표기를 이
해가 오기 전에 수정하지 않으면 2000년에 컴퓨터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생기고 엄청난 손실이 파생된다는 것이다.

행정 의료 교육 산업 교통 군사 연구개발 레저 등 현대생활에서 컴퓨터와
무관한 분야가 거의 없는데 가령 행정전산망이 수정되지 않으면 각종 세금
계산 출생 주민등록 병역업무 등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또 금융시스템을 미리 손보지 않으면 이자계산 계좌증발 대금결제 등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미국은 지난달 4일 백악관에 밀레니엄
대응위원회를 설치했다.

영국은 총리실에서 직접 다루고 있다.

일본은 지난 96년 우정성산하에 위원회를 뒀다.

어려운 경제여건하에 있는 태국도 전담센터를 만들었다 한다.

미국과 영국은 오는 5월 G7 정상회의에서 2000년문제를 최우선 공식의제로
다루기로 합의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우리의 현실은 아직도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행정자치부가 연초에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통령비서실을 포함한 45개
중앙기관중 9개기관만이 미흡하나마 밀레니엄버그의 해결책을 제시할뿐
나머지는 손조차 못댄 상태다.

민간부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정보산업협회가 기업 및 공공기관 1백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문제해결을 끝낸 곳이 12%, 작업중인 곳이 30%, 나머지는
아직 착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연도표기 수정은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고 늦어도 하반기에는
실험가동을 해야 한다.

시간 여유가 없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대통령선거 정권교체 국제통화기금(IMF)관리 등에
관심을 빼앗겨 컴퓨터문제에 준비를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컴퓨터2000년 문제를 국가과제로 인식, 하루속히
소관부처를 지정하고 대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기구는 공공 민간부문의 문제를 일괄해서 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경제여건이 어려워 대부분의 기관 및 기업들은 현재 이 분야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밀레니엄버그 문제는 뒤로 미룰 일이 아니다.

정부가 자금도 함께 마련해 중소기업 등을 도와야 할 것이다.

미 연방준비은행은 2000년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나라와는 앞으로 거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다.

이것은 한 나라만의 국내문제가 아니다.

세계의 문제다.

낙오하지 않으려면 우리도 서둘러 동참하고 이 문제 해결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