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중 나라살림도 예외가 될수 없다.

작년말 예산실이 편성, 국회에 제출한 98년도 예산안도 IMF정책기조에
따라 변경 조정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추경예산편성의 배경변수는 무엇보다도 IMF가 요구하는 긴축재정이었다.

게다가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재정에서 3조6천억원을 지원키로 IMF와
합의했다.

여기에 더해 환율, 유류가상승및 고용안정대책등 약 2조원의 세출증가가
소요돼 총 12조4천억원의 재원을 조달해야만 했다.

이러한 추가적인 경비증대소요액을 무난히 세입에서 조달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못하다.

최근의 경제난국으로 인해 약 6조8천억원의 세입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입부족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공무원봉급을 동결하고
<>일반행정비 물건비 사업비등을 절약삭감해 8조4천억원을 조달하며
<>나머지 4조원은 세율인상(교통세)과 면세범위축소(부가세)를 통해
세수증대를 실현함으로써 추경예산에 맡겨진 추가재원을 조달했다.

이같은 추경예산내용에 대한 필자 나름대로의 느낌을 몇자 먼저
적어보겠다.

첫째 경제난국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차원에서 취한 인건비동결, 물건비절약,
사업비삭감 등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또한 고용안정대책을 위한 특별자금지원도 당연하며 영세민지원등
사회복지분야와 지방자치단체의 교부금, 양여금등을 감액조정한것까지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부실채권정리기금및 예금보호기금 채권발행의
이자비용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보다 합리적인
부연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금융부문에서 발생한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한다는 대목에서
잘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둘째 추경예산의 또하나의 특징은 지난 1983년 5공화국의 동결예산이래로
그 증가율은 최저치인 3.3%를 기록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예산운용은 비교적 건전성을 유지해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사상 유례없었던 경제난국의 발생원인은 금융분야에서의 관치금융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산운용면에서 그 원인을 직접 찾는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추경예산안은 국회에서 새정부가 들어선 다음에 처리해도
좋다는 다수야당의 반론에 부딪쳐 그 승인.통과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추경예산의 법적성립은 빠르면 빠를수록 현시점에서, 특히
국익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하기에 그 시급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 이유를 지적해 보자.

첫째 추경예산성립의 시급성은 무엇보다도 IMF합의사항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IMF가 예산운용에 대해 요구한 것은 재정긴축과
금융구조조성을 위한 재정지원이었다.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이 경제난국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올수 있는
길은 IMF요구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이러한 견해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경제세계는 강한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냉엄한 힘의 논리를
이해한다면 수긍하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최근 노사정합의가 이루어져 국제신인도는 날로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재정측에 요구된 내용을 충족, 시현한다면 그러한 국제신인도의
상승기세는 더욱 제고될 것이다.

둘째 정부조직후에 추경예산을 다루자는 견해는 예산행정상 불필요한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조직후에는 행정부내에 상당한 인사이동으로 사람이
모두 바뀔 것이다.

기존에 일을 도맡아 했던 관료가 사정에 정통해 사무를 원활히 처리할수
있다.

반대로 새사람이 나서서 한다면 업무파악등 행정의 시발과 적응에
소요되는 비용이 발생하며 사무판단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결정비용이
유발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조직후로 예산안승인을 미룬다는 것은 행정의 비효율성을
가져와 정부기능의 비생산성을 노출시킬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노사정합의에 따른 정부의 대처과업도 허다하다.

또한 정부공사발주, 물품구입등 민간경제활성화사업도 적지 않다.

실업대책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여기에 예산안이 묶여 있으면 이러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활동이
억제돼 경제난국으로부터 탈피할수 있는 길이 막힐수 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추경예산의 성립은 국익면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