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이 부실 종합금융사들의 정리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답답한
느낌이 절로 든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가 빠를수록 좋다는 원칙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종금사가 부실종금사냐는 판단기준 및 언제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문제에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얽혀 처리속도가
지지부진이다.

해당 종금사로서는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인 만큼 살아남기 위해 임직원이나
주주 및 거래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필사적으로 노력을 할 것이고 경영평가
위원들은 자칫 공연히 원망만 듣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때문에 업무처리가
늦어지기 쉽다.

1차 폐쇄대상 종금사명단 발표가 이달 26일에서 설연휴가 끝나는 30일께로
미루어진 것이 증거다.

부실종금사 정리계획에 따르면 BIS 자기자본비율이 4%에 미달하는
종금사들이 우선적으로 폐쇄대상이 되며 이들을 오는 1월말에 발표할
예정이다.

일단 여기에서 살아 남은 종금사들도 다시 2월7일까지 유동성이나
사업계획 등에 대한 보완자료를 내는 후속절차를 밟아 3월 7일에
경영평가작업이 최종적으로 완료된다.

우선 정리대상 종금사의 선정절차가 불필요하게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다.

정리대상을 두번으로 나누어 결정해봐야 아무런 실익이 없다는 것이
종금업계의 일치된 지적이며 우리도 같은 생각이다.

고객이나 거래기업의 공연한 혼란을 막고 금융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부실종금사결정은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부실채권이나 보유자산평가에 따른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평가를 받는 종금사들로서는 불만이나 이견이 없을수 없겠지만 어차피
경영평가작업에는 주관적인 판단이 불가피한 만큼 일관성만 유지된다면
시시콜콜 붙잡고 늘어질 일이 아니다.

또한 부실종금사를 선정해 문닫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이점에서 소홀한 감이 있다.

예를 들면 영업정지된 14개 종금사들로 부터 인출된 예금규모가 예상보다
적은데 이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재예치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금재유치도 엄연히 영업활동이며 이들 종금사가 폐쇄될 경우
최종부담은 예금지급을 보장한 정부가 질 수밖에 없는데도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은 일종의 도덕적인 해이(moral hazard)라고 지적돼야 한다.

이유야 어떻든 이미 영업정지된 14개 종금사들은 금융기관의 생명인
신용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으며 정부의 예금지급보증이 없다면 이들은
회생은 커녕 현상유지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예금지급보증의 목적은 예금인출사태로 인한 지급불능사태를 막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이지 부실종금사의 지원하지는 것이 아닌 만큼
악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은 전체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부실종금사정리를
서둘러야 하며 이를 위해 객관적인 판정기준 및 발빠른 후속대책이 긴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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