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기 <신아관세사무소 대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고 유능한 정부가
절실하다는데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IMF시대로 표현되는 경제난국을 극복해야 할 새정부로서는 한시라도 빨리
작고 유능한 정부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작고 유능한 정부를 탄생시키려면 어떠한 조건들을 고려해야
하는가.

첫째 어떻게 정부조직을 축소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조직의 축소 방법으로는 정부기관의 통폐합을 통하여 정부기관의 수를
줄이는 방법과 정부기관의 인원감축을 통하여 정부기관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방법은 일시에 실시해야 하고 대상기관도 한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조직축소방법인데 반하여 후자의 방법은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꾸준히 실시할 수 있으므로 계속적인 조직축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기관의 통폐합이 인원감축을 수반하지 않을 때는 공룡부처로 둔갑한
재정경제원과 같이 조직축소에 실패할 수 있지만 정부기관의 인원감축은
즉각적인 조직의 통폐합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조직축소의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조직축소의 핵심은 인원감축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정부조직의 축소만으로 작은 정부가 실현되겠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에 맡겨도 될 일을 직접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정부조직을
축소하더라도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민간에 맡겨도 될 일에 정부가 관여하고자 할 때는 민간에 대하여
과잉규제를 하게되는 것이므로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행정규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작은 정부를 만들기 위한 필요조건이 정부조직의 축소라면 행정규제의
개혁은 충분조건이 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정부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유능한 정부라 함은 정부의 공직자들이 맡은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공직자는 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며 국가에 대한 봉사보다는 소속기관이나 상사에 대한 충성을 앞세우는
공직자에게는 국민을 만족시키는 행정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유능한 정부를 만드는 일은 바로 공직자의 복무자세를 혁신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작고 유능한 정부는 정부조직의 축소라는 구조적인 조건과
행정규제의 개혁과 공직자 복무자세의 혁신이라는 두가지 기능적인
조건이 함께 성취될 때 비로소 탄생하게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작은 정부를 실현시키려면 외형적인 정부기관 통폐합도 중요하지만
정부기관 내부의 인원감축을 통하여 공직자 사회를 정예화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된다.

따라서 정부기관의 통폐합을 시행한 후에도 꾸준히 정부기관 내부의
군살을 제거하는 인원감축 작업을 계속하여야 작은 정부가 유지된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인원감축은 집권자의 결연한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원감축에 따르는 고통이 크므로 모든 정부기관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조직의 축소를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모든 정부기관에 최소한의 인원감축 비율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일정한 기간에 걸쳐 규제행정분야의 공직자 수를 기본적으로
30%이상 줄이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특수한 사정이 있는
정부기관은 대통령의 특별승인을 얻어야만 인원감축 비율을 낮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둘째 인원감축대상을 연령순이라든가 인사권자와의 친소관계등 비합리적인
요소에 의하여 선정할 것이 아니라 세부기준을 만들어 담당업무에 대한
전문지식 평가와 대민 봉사자세에 대한 객관적 여론등 합리적 요소에 의하여
선정하도록 함으로써 우수한 공직자가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정부기관의 인원감축에 관련된 정부조직변경과 예산변경등을 평시의
복잡한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정부조직축소를 위한 임시 특별법을 제정하여 정부조직을
효율적으로 축소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을 정하고 정부 각 기관은
이에 의거해 일정한 기간에 걸쳐 인원감축, 업무이양, 조직 통폐합등
대대적인 조직축소작업을 체계적으로 실시토록 하는 것이다.

넷째 조직을 축소한 부처의 공직자에게는 인건비 예산 절감분의 일정률을
"정예화 수당"으로 별도 책정해 민간기업수준의 처우를 보장함으로써 조직
축소에 따르는 거부반응을 완화하고 우수한 공직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