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보험시장 전망과 과제 ]]]

박해춘 < 삼성화재 상무 >

우리나라에서 암보험이 일반 국민에게 다가가고 큰 호응을 얻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이후로 불과 10여년전의 일이다.

암보험상품이 개발 판매된 것은 80년부터이지만, 판매확산이 이루어진
것은 생명보험회사가 업계 공동의 상품을 개발 판매하고, 암진단비용에 대한
보장금액을 1천만원 수준으로 높이면서이다.

높은 암사망률에 기인한 계약자의 보장욕구와 월 보험료 1만원대의 적정한
가격이 잘 맞아떨어져 계약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판매가
급신장하면서 현재 생보사 전체의 암보험 보유계약건수는 7백만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제3분야보험에 대한 손.생보 겸영확대조치를 취함에
따라 손해보험도 생보사가 오래전부터 판매해오던 암보험시장에 진출하게
되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내맘에 쏙드는 암보험"이
그것인데, 이 상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고 있는데다 판매기간이
불과 15일 남짓 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5만건에 1백50억원의 보험료수입을
기록, 일단 손보사의 암보험시장 진출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뒤늦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보험이 이미 생보가 탄탄하게 뿌리내린
암보험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손보의 암보험 신상품이
생보사의 기존 상품들에 비해 몇가지 특징과 비교우위점이 있었던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 첫번째는 보장기능을 크게 확대 개선한 점이다.

손보의 주위험인 교통상해와 일상생활 배상책임, 응급비용에다 과로사로
인한 사망보장 등을 가미하였고 보장금액 자체도 기존의 생보상품들보다
높게 설정함으로써 주고객층인 "기혼 직장인 남자"의 보험가입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으로 생각된다.

두번째로는 생보의 고유위험인 일반사망위험이 보험료는 높은데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는 낮은 점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보장만을 가미, 전체
보험가격을 낮춘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직은 손보사의 암보험시장 진출에 대한 성공여부를 얘기하고
평가하기에는 여러 면에서 이른 감이 있다.

판매한지 한달이 채 안지난 시점이고, 이 시장에서 생보사들의 성장세도
이제는 고도성장기를 지나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의 최근 몇년간 암보험 보유계약건수 증가추이를 보면, 96년까지는
1백50만건이상 2백만건 가까운 성장을 보이다 97년에는 80만건으로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때문으로 보게 되면
손보의 암보험은 출발은 잘 했는지 모르지만 곧 시장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쳐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암보험의 잔여시장 내지 잠재시장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으나, 분명한 것은 암보험은 아직 개발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현재 생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7백만건의 계약은 15세이상의 암보험
가입이 가능한 인구 3천5백만명을 기준할 때 5분의1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직도 80%의 미개척시장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부부계약 등 하나의 계약당 피보험자(보험보장을 받는 사람)가 둘
이상일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되지 않긴 했으나 이와는 반대로 한 사람이 둘
이상의 중복계약을 하고 있거나 또는 향후에도 얼마든지 중복가입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직도 암보험시장은 개발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암보험의 주가입연령층이 20대와 30대인 점을 감안하면 잔여시장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으나 여타 보험에 비해 중복가입이 가장 많은 것이 암보험이기
때문에 기존의 가입자도 새로이 보험가입 권유의 여지가 있다고 보면 잠재
시장은 이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따라서 손보의 암보험 판매는 생보가 제3분야 겸영조치와 함께 진출한
교통상해와 운전자보험시장에서 거둔 성과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98년중
손보의 보장성상품중 계약자로부터 가장 호응을 얻는 상품이 되지않을까
기대된다.

그러나 손해보험의 암보험은 계약자의 욕구와 관계없이 보험가입기간이
15년으로 제한되어 있어 보장내용과 가격의 상대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판매
일선에서 계약자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명보험과 공정한 경쟁을 해 나가고 계약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합리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보험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험가입률을 높이는 것이기보다는 해당
위험의 발생률 자체를 낮추어 국민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등 사회보장기능의
충실한 수행이므로 그 실현을 위해 제언한다면 손.생보사 모두가 암보험
판매를 통해 생긴 수익금으로 보험가입자에 대해 암진단 무료서비스를
시행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다.

우리 의학계는 현재 상피내암이라고 하는 소위 초기암을 진단을 통해
찾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여기서 진일보하면 상피내암으로 발전하기
이전의 세포조직도 진단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암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전 정기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 기회를 빌려 우리 보험업계가 계약자들을 위해 유사시 경제적 도움을
주는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사고 예방활동과 같이
사전에 위험의 발생과 크기를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