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는 외제화장품.학용품 등은 물론이고 주위에 널려 있는 바나나
등 과일까지도 아주 자연스럽게 수입품을 쓰고 먹는다.

얼마전 발표된 서울시내 강남의 모 중학교 학생들의 외제 학용품사용
실태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우리의 외제선호경향을 여실히 나타내 주고 있다.

가방의 90%, 운동화는 88%, 청바지는 68%, 그리고 필기구의 58%가 수입품
이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는 바나나도
수입 초창기에는 이국적인 모양과 맛에 이끌려 한두번 호기심으로 사먹다
이제는 습관화되고 만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언제부턴가 알게 모르게 은연중 외제 사용에 대한 감각이
그만큼 무디어져 버린 것이다.

올해 10월까지 바나나 총수입액은 5천4백43만달러, 자몽 4백92만달러, 레몬
3백61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렇게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추다보니 이들 5가지
외국산 과일 수입에만 무려 1억2백41만달러나 되는 외화를 낭비, 지난해보다
6백71만달러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경제회생노력에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자녀에게 절약하도록 생활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이들이 바나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이뻐 시장에 나가면 한두개씩
사 줄 수는 있을 것이나 외화위기에 처한 지금은 우리 과일을 권장하는 등
국산품 애용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었으면 한다.

조경현 < 광주 북구 오치동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