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리스트럭처링과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서둘러서 빨리 끝내 버리자"라는 자세와 "천천히 두고 보자"는
자세이다.

"서둘러서 빨리 끝내 버리자"는 생각을 가진 기업은 별다른 계획없이
리스트럭처링을 실시하여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최고 경영자의 명령이 떨어져 마감 시한까지 끝내는 것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리스트럭처링이 바로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천천히 두고 보자"는 기업은 겉보기에는 리스트럭처링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닌 경우이다.

이 두가지 모두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6개월동안 기업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항상 그렇듯 위기가 닥치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폭이 크지 않다.

최악의 경우 도산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구조자체를 완전히 뜯어 고치는 것
(소유주 변경, 사업 매각)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상위 30개 재벌에 대해 너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경제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경영인들의 운신의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경영진의 전략적 자유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점차 줄어들게 된다.

기업의 주변환경이 어려울수록 단기처방으로 코스트 리스트럭처링이
거론되는데 코스트 리스트럭처링은 자산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코스트 베이스를 줄이는 것은 여러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

제조업체이든 서비스업체이든 상관 없이 기업의 코스트는 간접 고정비
직접고정비 직접 변동비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간접 변동비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보통 제외하거나 직접 변동비에
포함시킨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기업의 산출률을 기준으로 종업원을
해고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종업원에 대한 비용을 고정비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간접 코스트 리스트럭처링은 업무 효율성과 관계될 뿐만 아니라 활용도
(Utilization)의 개념과 연관이 있다.

다시 말해 기업의 자산을 적절한 용도에 제대로 활용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종업원 수를 5~10% 정도 쉽게 줄일 수
있다.

이같은 인력 감축이 쉬운 이유는 조직은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히 군살이
붙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종업원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 예를 들어 휴가나 지방
출장등을 생각하면 연간 총 업무 시간의 약 5% 정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사람의 일을 대신 처리하고 있는가.

물론 사무실에 남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결국 5~10%를 감축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30대 재벌들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약20~25% 정도 과잉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몇몇 기업의 경우 그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종신고용 문화나 노동법을 볼때 과잉인력이 발생하게 되는 데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제조업체의 장비 효율성및 자동화율은 놀랄만한 속도로
증대된데 반해 인력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유지보수 부문과 같이 기능부문을 보면 이같은 상항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국기업의 유지 보수업무와 한국 기업의 상황을 벤치마킹한 결과
자동화율은 서로 비슷한 데도 불구하고 미국기업이 약12%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결국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린 만큼
인력 감축이 뒤따르지 않았던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화이트 칼라 업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둘째는 대부분의 30대 재벌이 그룹 내 계열사들과 주로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인력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만약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과 매출액 및 종업원 수에 대한 벤치마킹을
한다면 계열사와 주로 거래를 하는 재벌의 매출액은 약30~40%를 에누리해서
보아야 한다.

한국 재벌의 경우 그렇게 보면 매출액 대비 종업원 수가 높게 나타난다.

다시말해 잉여 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그레이 칼라 생산성이다.

그레이 칼라는 화이트 칼라나 블루 칼라에 속하지 않는 계층이다.

이들은 조립 라인, 공장 혹은 본사에서 근무하면서 블루 칼라를 관리하거나
혹은 블루 칼라였다가 관리자로 승진한 경우이다.

기술 및 작업 구성이 달라짐에 따라 그레이 칼라는 전체 노동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이러한 막대한 비중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벌이 오늘날 이들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일은 사실 어느 정도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으며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있어서도 중복된 역할을 맡을 뿐이다.

업무 효율성은 가장 공략하기 쉽고 눈에 띄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회의시간 단축, 노동 강도 강화, 자투리
시간 절약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이는 효율성과 관계된 것으로 주로 일본 기업들이 쓰던 방식이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업무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노동력을 20~30% 감축시키는 것은 감봉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하더라도 간접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은 필수적이다.

인력 감축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큰 사회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아는 2년전 인력 감축을 충분히 단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아 경영진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가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했고
그 결과 때를 놓치고 말았다.

30대 재벌이 이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제안하는 것을 본사 직원을 최소로 유지하기 위해 화이트 칼라를
위한 제로 베이스 계획에 착수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레이 칼라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

불루 칼라와 화이트 칼라 사이의 전통적인 위계 질서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으며 중간 완중 역할을 하는 그레이스 칼라는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리스트럭처링을 이제까지 제대로 해낸 기업을 한국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선경 인더스트리의 리스트럭처링은 시의적절하다는 점에서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수 있다.

과연 선경 인더스트리가 살아남을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이르면
회의적인 사람이 많지만 어쨌든 선경은 이제 최소한의 인원으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라그룹의 50% 감축 발표는 사정이 다르다.

왜냐하면 리스트럭처링이 아니라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30% 감축 발표는 삼성의 문화나 사업 구조를 고려할때 제대로
실행될지 미지수이다.

두번째 범주는 에너지, R&D비용과 같은 직접 고정비이다.

향후 6개월 동안 정부가 에너지 등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대책을 내 놓지
않는한 단기적인 처방은 불가능하다고 볼수 있다.

세번째 범주는 직접변동비이다.

이 범주야말로 가장 간과하기 쉬운 항목으로 국내 기업이 개선할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부문이라고 할수 있다.

그 중에서도 구매비용은 총 비용 구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약 5%이다.

다시말해 95%의 가치는 국내 및 해외 공급업체에 의해 창출된다는
의미이다.

더욱이 국내 공급업체들도 기술및 원재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가가치가 해외 업체들에 의해 창출된다고 볼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소싱에 기업들이 커다란 기대를 걸 수가 있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 임원들은 구매부서의 20~30명의 직원들이 엄청난
구매 비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 많은 사람이 구매 부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부분의 개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GM의 경우 글로벌 소싱을 통해 2년 동안 연간 10조를 절약할수 있었다.

이는 이익 증대로 직결된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모코 모토롤라 IBM GE 카르푸 등도 구매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체 중에서도 글로벌 소싱을 도입하여
성공한 예가 많다.

프루덴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25%를 절감했으며 시티뱅크는 현재
글로벌 소싱을 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와 한솔이 주요 구매 부품에 대한 전략 구매를
실시해 최소한 10%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제 다른 기업들도 구매 부붐을 재검토하고 개선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일단 글로벌 소싱을 시작하면 4~6개월 이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볼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복수-기능 팀의 지원이 필요하며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얻을수 있는 결과는 총 원가 중 10~20% 절감이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총 원가 규모가 크기 때문에 10~20% 절감을 실제 금액으로 환산하면
상당하다.

한국 기업의 경우 구매 부분에 개선 가능성이 큰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 WTO, OECD로 인해 무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외국 업체들로부터
소싱하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쉬어졌다.

둘째, 산업재(industry goods)의 특허권이 대부분 만료되고 있다.

셋째,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에이전트를 이용하여 구매를 함으로써
마진을 잃고 있다.

넷째, 복잡한 내부 구매 관련 절차로 인해 새로운 벤더를 찾는 것이
어렵다.

다섯째, 기존 벤더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는 반면 중국 인도, 동유럽과
같은 신흥 시장은 그 매력을 더해 가고 있다.

여섯째, 구매 기능이 국내 기업에서 인기있는 부서가 아니며 구내 문제를
최고 경영진에게 제기할 만한 영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기업들은 구매 부분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선의 여지가 크다는 사실이다.

다른 경영 혁신 프로그램과 달리 계약에 서명할 때부터 바로 절감 효과를
실감할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구매부서는 각각 독립적으로 자사의 구매 기능만 담당하고
있으며 계열사들간의 공조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소그룹별로 구매부서가 협력하여 유사한 구매 품목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물량 집중 기법을 이용하여 구매 비용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의 다각적인
턴어라운드(turnaround)전략을 구사해야 겠지만 앞으로 6개월간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단기적인 방안은 결국 단시일 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볼수 있는
소싱및 인원감축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성용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