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던 정축년 마지막 날이
밝았다.

연초의 한보그룹 부도사태를 시작으로 연말에는 IMF 한파가 모든
언론들을 장식했고, 50년만에 야당이 집권 여당을 물리치고 사상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는 등 그야말로 격동기 대변혁의 한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IMF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많은 여건들은 우리들 가슴을 차갑게 하고, 이로 인해
우리보다 못한 이들에 대한 관심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자신보다는 남을 소중히 여기는
아름다운 얘기들이 많아 우리네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올해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액이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해마다 익명의 독지가가 1백만원권 수표를 아무도 모르게
헌납하고,자신도 심장암 말기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한 주부는 세상에
버려진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우고 있다는 소식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민족은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따뜻한 정이 있었다.

상부상조, 환난상휼, 두레, 계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할수 있다.

그런 저력이 오늘의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낸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살기보다는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고,공동의 발전보다는 개인의 사리사욕과 영달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국가가 발전하고 개인이 발전할수 있겠는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긍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남을 돕고 이해하는 정신을 계승하는 길만이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고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의식으로 신바람나고
신명나는 무인년을 만들어 보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