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기흥읍 하갈리에 있는 삼성생명 실버타운 건설현장.

이곳에서 방과 방을 잇는 까다로운 전기배선업무를 빈틈없이 해내는
기능인이 있다.

신안전기 조양현(39) 공사과장이 바로 그 인물이다.

조과장은 실버타운의 "혈관"(전력선)과 "신경망"(통신선)을 설치하는
일을 한다.

간단한 일은 결코 아니다.

전기 통신은 물론 소방 방송 자동제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실버타운에 들어서는 건물은 모두 최첨단 인텔리전트빌딩이다.

건물내의 시설들은 원격으로 제어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다보니 배선공사가 복잡하고 까다롭다.

배선이 잘못돼 재시공하다 보면 인력과 시간과 물자를 이중으로
낭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신안전기 김규남 현장소장은 재시공을 가장 싫어한다.

이런 김소장도 "조과장에게 맡기면 재시공할 필요가 없다"고 장담한다.

워낙 꼼꼼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조씨가 전기배선에 종사한지 올해로 18년째.이제는 "배선이 잘못됐다고
야단맞는 일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가 됐다.

최근 열린 제3회 삼성건설기능경기대회에서는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기배선분야 금메달을 획득, 3년간 매월 30만원의 기능장려금을
받게 됐다.

조씨는 공고 출신이 아니다.

최종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천안 병천고.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그 대신 친구의 권유로 충남농촌직업훈련소에 들어가 1년간 전기배선을
배웠다.

물론 초창기엔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런 그가 배선분야에서 알아주는 기능인으로 성장한 것은 유난히 강한
집념 때문이었다.

그는 상사가 새로운 일을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갔다.

일과후에 남아 상사에게 물어 왜 그렇게 해야 효율적인지 알고나서야
퇴근하곤 했다.

조과장은 "후배들은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려 한다"고 아쉬워하면서
"좀더 근성있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용인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