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말께에는 한국경제의 약점이 집중적으로 불거져 위험스럽게 될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어 외채가 누적되는 데도 국제시장에서 돈을
계속 빌려서 메울수 있을지, 경쟁력을 상실, 도산되는 부실기업을 금융기관이
감내할수 있을지 등등 많은 걱정을 해왔다.

정부가 경제의 잠재성장력 이상으로 성장률을 높이고 과소비를 유발하고
있는데도 괜찮을지 하는 염려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큰 위기를 맞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일본 등에 도움을 청하지 않을수 없게 됐다.

우리가 누란의 위기에서 탈출하여 국제적으로 실추된 국가위신을
회복하려면 정부 기업 국민이 냉정을 되찾아 경제하는 합리성을 추구해야
한다.

합리성이란 첫째 금융시장을 하루속히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채권과 예금자보호는
정부가 책임지고 정리하고 담보해줌으로써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혼란을 제거해야 한다.

이와함께 금융기관자체의 부실을 치유하면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신용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다만 부실에 대한 책임과 부담의 형평성 문제는 별도로 다루어야할 것이다.

둘째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대외거래를 위한 통화가치를 지키고 안정시키지 못하면 부가가치의 창출이
어렵게 되고 경제의 기초가 흔들린다.

원화환율이 극히 불안정하게 된것은 외환관리의 신뢰가 흐트러지고
해외에서 단기자금을 빌려 장기자금으로 운용한 것이 화근이됐다.

따라서 IMF 등에서 장기자금을 들여와 단기부채를 줄이고 외환관계의
투명성을 높이며 민간기업의 해외차입을 원활히 할수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 기회에 국제금융기구와 주요 교역국에 대한 통상외교를 강화해
우리의 잠재력을 정확히 인식시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경제정책의 초점을 경상수지 흑자전환에 두어 외화를 빌려야 하는
소지를 없애야 한다.

경제성장을 낮게 하고 긴축을 하면 투자와 소비가 줄어 경상수지적자가
개선된다.

IMF는 당장 효과가 날수 있는 이런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업이 늘어나고 생활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피하고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길은 생산과 수출을 늘려 더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무역수지 흑자를 내야 한다.

해외의 전문기관이 한국경제를 조사분석한 결론도 선후진국 틈에 끼어있는
한국상품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선진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출밖에 살길이 없다는 범국민적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산업기반을
정비하여 품질 기술 생산성 등을 끌어올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밀어닥치는 개방의 파고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다시 한번 집중할 때이다.

넷째 소비절약과 저축증대이다.

이를 위해 노력한 결과만큼 외화의 수요를 줄일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실행해야 한다.

우리는 급한 일을 당하면 모두 나서 열심히 하나 지속적이지 못하고
일과성으로 끝나고 만다.

이것만큼은 의식화 생활화해서 있을 때나 없을 때나 한결같이 실행할수있는
범국민적 교육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끝으로 기업이나 금융이 다같이 경영혁신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IMF와의 협약을 계기로 부실을 철저히 정리하고 새로운 성장의 엔진을
만들어야한다.

누차 강조한 바와같이 투자중심의 양적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기술 정보
생산성으로 승부를 거는 세계일류화 경영전략을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

이와함께 경영내용을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잘 알수 있게끔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차입의존의 심화, 고금리 지속, 경쟁력약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날수
있는 경영체제의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다.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책본부를 설치하여 이런 일을 효과적으로
추진할수 있는 법제의 정비, 금융과의 관계정립, 기업간 제휴및 협력 등
민간주도의 시장경제 기본에 충실한 활력을 보여야 한다.

이처럼 어느 누구하나 빼놓을수 없이 우리 모두가 스스로 해야할 바를
자각해서 합리적으로 실행할 때에 오늘의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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