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자발적 고통분담이 불가피해졌다.

노동시장에 관한 추가개혁도 미룰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사태)을 피하기 위해 IMF(국제통화기금)의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근로자파견제 및 정리해고제 도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리가 IMF와의 약속에 따라 노동분야에서 맨먼저 이행해야 하는 조치는
고통분담에 관한 국민적 합의이다.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에 동의해야만 경제회생을 위한 각종 비상대책을
원만하게 시행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합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본전제인 셈이다.

현재 경제대책추진위원회에서 노.사.정 사회적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실무작업을 벌이고 있다.

골자는 임금.고용.물가안정이다.

경영계가 고용안정에 최대한 힘쓰는 대신 노동계는 임금부문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켜 실질임금 감소폭을 줄이자는 것이다.

위원회는 구체적 실천사항을 담은 합의문을 만들어 1월중 발표할 예정이다.

IMF측이 노동시장 유연화방안으로 요구한 근로자파견제 도입도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불법파견근로가 성행함에 따라 근로자파견법을 제정키로 이미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노사관계개혁위원회도 최근 특별법 제정을
골자로 하는 공익위원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근로자파견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정규근로자가 파견근로자에게 밀려나고 노조
조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감안, 정부는 우선 일부 직종에 한해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하고 법제화
과정에서 노동계 요구를 반영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정리해고제에 관한
결론도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다 보면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든지 근로기준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IMF측은 비공식적으로 정리해고제 조기 도입 및 요건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해고제는 IMF는 물론 국제금융계가 유심히 주시하고 있는 항목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 국민들의 고통분담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최근 "부도가 나거나 파산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리해고제를 용인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노동계의 반응이다.

정리해고든 근로자파견제든 사회적합의든 노동계가 이해하고 동의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또 노동계가 고통분담이 불공평하다며 반발할 경우엔 경제회생을 위한
모든 조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노동계에 경제위기 실상을 알리고 고통분담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해졌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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