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제 도입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력집중 가능성만을 근거로 지주회사 설립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규제라는 지적과 문어발식 확장을 조장해 기업 부실화를 더욱 심화
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소유/경영구조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어 지주회사제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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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공정거래법은 경영권지배를 목적으로 타회사 총자산의 50%를 넘는
주식을 소유하는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대기업그룹들이 주력기업을 통해 산업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할 경우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
시킬 것이라며 86년부터 이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다만 경제력집중이 해소되고 경영감시체제가 확립돼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지주회사 금지는 기업에 경영형태 선택의 자유권을 박탈하는
규제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의 지주회사 설립허용 요구는 최근의 기업환경 급변과 무관하지 않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룹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돌파구를 바로
지주회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같이 그룹 전체가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
회사제는 기업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황인학 연구위원은 "개별 자회사들이 지주회사를 중심
으로 분산돼 있을 경우엔 사업 재편등 구조조정이 쉽다"고 설명한다.

환경변화에 맞춰 기업이 손쉽게 몸집줄이기나 늘리기를 할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노무관리면에서도 각 사업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할 수 있어 효율적인
리스트럭처링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지주회사제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경제력 집중은 물론이고 기업의 재무구조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지주회사가 외부차입을 통해 덩치 큰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거래와 이에따른 분식결산도 심화될 소지가 많다.

또 지배력이 지주회사에 독점되기 때문에 소수주주의 권익이 침해받을
가능성도 많다.

지주회사제도는 이처럼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
에서는 지주회사설립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경쟁제한적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지주회사제를 경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막연하게 단점만을 부각시켜 금지
하는 것은 명분없는 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주회사 도입에 따른 경제력 집중 심화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의 의무화 등 경영투명성 제고방안이 조만간 도입되는
등 기업경영감시장치가 강화되면 지주회사제의 부작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 최근 부도에 내몰리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리한 사업확장에
있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앞으로는 재계가 더이상 문어발식 확장에 의미
를 두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