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내용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중장기경제
전망에 대해 한마디로 구태의연한 장밋빛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5일 재정경제원은 중기경제전망을 통해 우리경제는 내년 3.0%의 저성장에서
99년에 5.6%로 다시 회복돼 2002년에는 6.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같은 경제회복에 따라 실업률도 내년 3.9%를 기점으로 다시
낮아져 오는 2002년에는 2.9%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내년 5.0%에서 낮아지기 시작해 2000년대초에는 3%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상수지도 적자폭이 줄어들어 2000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무역수지는 내년부터 당장 흑자로 전환돼 2001년에는 1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장밋빛 환상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정부의 이번 전망은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제시하고 있는 전망치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는 IMF의 지원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되더라도 내년
경제성장은 2.2%로 낮아지고 물가는 6.2%로 치솟는 한편 실업률은 5.0%를
상회해 사상 최악의 실업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IMF 지원프로그램이 난항을 겪을 경우 성장은 마이너스
1.3%로 떨어지고 경상수지 적자는 90억달러, 소비자물가는 6.8%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 정부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

LG 삼성 현대 등 대부분의 경제연구소들도 성장 물가 실업률 등 거시지표
전반에 걸쳐 정부의 전망치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한 관계자들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멕시코도 첫해에 경제성장이
마이너스 6.5%로 추락했을 뿐만 아니라 태국도 당초 3~4%의 목표치를
잡았지만 마이너스 성장으로 재조정했다며 정부가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는
것인지, 책임회피를 위한 것인지 아리송하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의 최공필박사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정부가 문제의
초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경제전망수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실업사태와 부도사태에 대한 대책마련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또 정부가 지난 95년에도 오는 2025년에는 우리나라가 G7에
들어가고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으나 불과
2년도 못돼 우리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며 근시안적인 전망으로 더이상
국민들을 우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