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간의 긴급구제자금 지원협상이 타결됐다.

부실금융기관을 강제정리하고 투자와 소비를 대폭 줄이며 국내 금융시장을
추가개방하라는 IMF의 요구가 사실상 1백% 수용됐다.

경제주권의 완전 포기를 요구하는 IMF와 부분 항복을 희망하는 정부의 막판
줄다리기는 결국 IMF연합군의 완승으로 끝나고 말았다.

IMF측은 3당 대통령후보등 차기정권담당자의 이행조건 준수의사 표명을
요구,정치권으로부터도 동의를 얻어냈다.

정치주권마저 상실하는 모욕을 겪게 된 셈이다.

정부가 거시경제운용및 금융개혁에 관한 "코리아프로그램"을 충실히 지킬
경우 약 6백억달러이상의 자금을 쓸수 있게 된다.

<> 거시경제부문 =임창열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이 1일 3당 정책위의장
에게 설명한 IMF 협상타결 내용을 중심으로 볼때 IMF는 긴축과 안정, 금융
산업 구조조정의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IMF와 정부는 내년 거시경제지표와 관련, 경제성장률을 3%로 높이며 물가
상승률은 5%로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예상경제성장률(6.4%)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초감속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재정및 통화긴축이 불가피해졌다.

경기부양은 꿈도 꿀수 없는 만큼 경쟁력이 없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쓰러질 수밖에 없다.

이에따라 50대 가장은 실직자가 되고 대졸자녀는 구직단념자가 되는 비극도
속출하게 됐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도 언급됐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하더라도 고용보험의 확충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재정에서 실업증가에 따른 부담도 증가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GDP대비 4.9%에 달했던 경상수지적자비율을 내년에는 1%로
줄이기로 했다.

<> 금리.환율 =금리와 관련,IMF는 현재보다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업의 무분별한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고금리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개혁과 관련,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하더라도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치권과 정부의 압력으로 통화정책이 운영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환율과 관련, IMF는 현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기능에 철저히 맡길 것을 촉구, 정부의 무리한 시장개입을
경계했다.

IMF는 통합재정수지의 흑자기조 유지를 강조하면서 저성장에 따른 세입부족
을 우려, 세금을 올릴 것을 조언했다.

<> 기업경영구조 =IMF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오너가 독주하는 현행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재무제표의 신뢰성 제고 등 회계제도의 수정도 요구했다.

반도체 자동차등 과잉투자논란이 일고 있는 산업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IMF는 우리경제가 자생력을 되찾는 즉시 간섭을 하지 않겠으며 정부가
적절한 정책조화를 통해 구조조정기간을 가능한한 단축할 것으로 희망했다.

<> 금융분야 =정부가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분야는 금융산업 분야.

완전개방을 통해 무주공산의 국내금융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미국측 입김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IMF는 당초 내년말로 예정된 외국금융기관의 현지법인 설치허용시기를
내년초로 앞당길 것을 요구,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정부는 12개 종금사를 곧 영업정지시키며 BIS비율 8%를 지키지 못하는
은행을 조속한 시일내에 다른 은행과 합병시키기로 약속했다.

단기채시장을 개방하며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내국민대우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로 했다.

이에따라 국제적인 신인도가 땅에 떨어진 국내 금융기관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게 됐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