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간첩단 사건 발표를 보고 실로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동안 북한은 세계 각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하면서 뒤로는 적화야욕을
위한 대남공작을 너무도 치밀하게 펼쳐 온 것이다.

특히 사회학계의 태두라고 하는 서울대 고영복 교수가 36년간 북한
공작원을 상대로 고정간첩활동을 해 왔다는 점과 국가의 동맥이라고 할
철도와 지하철 등에 침투, 암약해 왔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보여준다.

지난 78년 군산앞바다와 같은 해 8월 홍도해수욕장에서 실종된 고교생
3명등 북한이 간첩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 주민까지도 납치해 갔다는
사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그리고 고교수가 "나의 제자중 절반은 자생적 사회주의 사상을 갖고
있다"고 진술한 점이나 북한이 우리측 재야인사 개인파일까지 만들어
집중관리, 포섭대상이 정.관계 고위층 2백여명에 이를 정도라고 하는
데에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렇게 악랄한 북한의 적화야욕보다도 우리사회가 북한이
마음먹는데 따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북한의 손길이 우리사회 곳곳에
뻗쳐있고 북한의 대남공작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었던 점이 더욱
한심스럽다.

특히 최근 우리사회가 대선을 앞두고 경제불황 등 전반적으로 이완돼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간첩단 사건발표를 정치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참으로 위험한 시각은 없길 바란다.

대선을 겨냥해 간첩을 남파,암약토록한 북한의 책동을 계기로 우리의
안보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하며 우리주변에 항상 간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 허점을 보여선 안되겠다.

치밀하고 집요한 북한의 대남공작에 대응키 위해서는 우리의 투철한
안보의식과 대북경계심을 확고히 하는 길 밖에 없다.

권순철 <경기 성남 분당구>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