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하루 1백3원 인상''

미증유의 기록적인 환율상승을 경험해야 했던 기업들은 분노하고 경악했다.

불과 하루사이에 꼼짝없이 수천억원의 환차손을 입어야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입업체들은 결제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도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원자재 해외조달비중이 높은 제조업체들도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 경기침체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대기업들은 당장 내년 환율예측을 할 수 없어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자금압박으로 해외투자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외환위기가 기업들의 사업기반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셈이다.

기업 외환담당자들은 "기본적인 외화수급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변동폭이 확대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의 외환대책을 비판했다.

기업들로서는 이른바 당혹과 분노의 하루였다.

<>결제위기

수입업체들은 단 하루만에 결제부담이 10%이상 증가했다.

자금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정유업체 등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원가상승요인을 가격에
반영시킬 때까지 그만큼 자금부담을 져야 한다.

유공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1백원 오를 경우 1배럴에 1천8백원의
원가상승을 가져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유가산정방식은 진전 3달 평균환율을 반영토록 돼 있어
자금회수에 일정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환율이 뛰고 있어 결산때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기업과 주식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 (주)대우 등 종합상사 외환담당자들은 환리스크를 줄일수 있는
헷지수단이 없어 기업들은 환율상승이 손실로 그대로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환차손급증

달러표시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환산손의
부담을 지게 됐다.

부채상환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외화부채가 60억7천만달러규모인 삼성전자의 경우 10일 하루만에
6천억원가량의 환산손을 입었다.

대한항공도 5천억원의 빚이 더 늘었다.

LG반도체 현대전자도 이날 각각 2천9백억원 2천억원의 환산손을 입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96년말 기준 전체 상장회사(금융기관 제외)의
달러화부채는 4백20억달러로 환율이 1백원 상승함에 따라 4조원이상의
채무부담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상승에 따라 수출경쟁력 회복등 긍정적인 효과는 시차를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반면 경영부담은 시차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환율공포에
떨고 있다.

<>물가상승 제품값상승

정유업계는 현재의 환율수준이라면 다음달 휘발유값이 리터당 1백원이상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환율이 1% 오르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가
0.12-0.37%가량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따라 10% 환율폭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20일처럼 환율이 10% 오를 경우 전기전자기계의
제품가격은 3.8%의 인상요인을 안게되고 화학 섬유가죽제품도 3%이상의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원부자재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제품가격을 올릴때까지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석유화학업계처럼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은
환율상승을 제품가격에 전가할수 없어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화업계는 연간 8백만t(17억달러어치)의 나프나를 쓰고 있는데
환율 1백원이 상승함에 따라 하룻새 1천7백억원정도 수지가 악화됐다.

<>사업계획차질

이미 한두차례 내년 기준환율을 조정했던 대부분의 그룹들은 환율을 다시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 환율을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20일 (주)대우 임원들이 대우경제연구소를 찾아 내년 환율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

당분간 외환시장동향을 지켜보며 최대한 시간을 두고 사업계획을
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한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버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

LG경제연구소의 한관계자는 "환율이 안정된다 해도 경기가 회복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 종합기획실 재무팀장 노정익상무는 정부의 대책이 장기적으로
적절하지만 단기대책이 없어 기업들의 경영난해소에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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