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98 대학수능시험을 보고 나온 한 학생이 첫시간 언어영역시험에서
갑자기 북한어투의 말이 나와서 당황했다고 전한다.

"북한에서 슴새가 집단으로 서식하는 곳은 어디죠" "슴새가 뭡네까"
"학명으로 칼로네트리스 레우코메라스입니다" "아, 꽉새 말이군요. 고,
서해안의 여러 곳에 살고 있습네다"

듣고 답하기 예문으로 소개된 남북조류학자간의 대화내용이다.

뭡네까, 있습네다라는 낯선 말이 나와 가뜩이나 긴장한 아이들에게
퍽이나 인상적이었나 보다.

같은날 이보다 조금 늦은 시간, 남북간에는 분위기 좋은 대화가 실제로
이루어졌다.

"여보세요" "신호는 갑니까" "예, 예" "이미 합의한 대로 두 구역
관제소간 시험통신 하려고 합니다" "감은 어떻습니까" "잡음도 없습니다"
"좋습니다. 매일 오전 10시에 시험통화하기로 하죠"

내년 4월23일로 예정된 북한영공 (영공) 개방을 앞두고 대구항공교통
관제소장과 평양관제소장이 나눈 전화통화다.

두 소장간의 이번 통화는 판문점을 거쳐간 남북직통전화 회선으로
이루어졌다.

북한 신포지역에 경수로발전소를 짓는 우리측 관계자들이 한국전력과
전화를 주고 받지만 이는 일본을 사이에 두고 인공위성의 지원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직통전화는 판문점지역에 포설한 전화선중 2개가닥을 활용해
이뤄졌다.

현재 남북 양측은 판문점까지 각각 광케이블을 깔아놓고 있다.

남한은 85년 서울에서부터 8천회선을,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부터
5백회선을 연결해 놨다.

그러나 양측의 광케이블은 판문점에서 구리회선과 연결이 잘 안되는
실정이다.

이곳에 있는 구리회선은 모두 1백60회선.

이중 최근까지 적십자사 남북연락사무소 조직위원회 경제위원회 등이
26회선을 활용해왔다.

판문점을 사이에 두고 남측은 시설용량 2천3백만회선중 8천회선을,
북측은 1백30만회선중 5백회선을 대기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데 이 많은 전화선이 판문점구역에 와서는 1백60회선으로 다시 줄고
실제 쓰는 것은 이번에 2회선을 더해 28회선 뿐이다.

양측이 대화할 속마음의 준비는 꽤나 있는데 현실은 "26+2"회선만
트여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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