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금융권에서 신조어가 잇달아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말들은 극심한 불황속에서의 절망감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전혀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위기에 맞서는 비장함도 담겨있다.

<> 을축외란 =이번 금융위기가 더욱 심화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때문.

외국인들은 지난 10월에만 1조원이상의 국내 주식을 처분했고 처분한
자금을 달러로 바꿔나가면서 환율이 상승했다.

또 환율이 오르면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낸다 하더라도 환차손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 많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처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외국인 자금이탈로 금융시스템 교란이 가속되면서 증권시장에서는 주식을
처분하는 외국인과 주식을 사는 내국인간 대회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비유해 을축외란이란 말이 나왔다.

여기에 맞서 싸우는 개인투자자를 "의병"이라 일컫기도 한다.

또 별다른 대책을 내지 못하는 정부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관투자가들을 "관군"에 비유한다.

<> 역신용창출 =정상적인 금융시스템은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면
기업은 어음등을 통해 다른 기업과 거래하면서 신용이 창출되는데 지금의
상황은 이와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은행과 종금사가 자금을 회수하면서 기업이 부실화되고 이 여파는
일파만파로 커지게 된 것.

금융기관의 신용창출기능이 사실상 마비되고 말았다는 뜻이다.

<> 디머징마켓 (Demerging Market) =한때 아시아지역을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시장이란 의미로 "이머징마켓"으로 불렸으나 태국에서 시작된 통화위기가
북상해 홍콩을 엄습하더니 한국도 위기의 한복판에 와있다.

아시아시장은 더이상 이머징마켓이 아니라는 의미로 나온 신조어.

<> S사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 =한때 폭락장에서 유독 S사의 주가가 올랐다.

이 회사는 페인트통이나 깡통등에 사용되는 잡관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인데
당시 증시에서 깡통계좌가 속출하면서 깡통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으로 주가가 오른다는 억측까지 나오기도.

<> 담보부족 =주가폭락속에 담보부족 계좌가 속출하면서 나온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가장 무서운 부족의 이름이 "담보부족"인데 이 부족은
식인종이어서 증권맨만 잡아먹는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항상 깡통을 차고 논다고 한다.

<김남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