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통화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오는 24일부터 이틀동안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APEC)정상회의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인 이번 5차 연례회의의 당초의제는 역내
사회간접자본 개발협력이지었지만 때가 때인만큼 아시아 금융.외환시장의
안정방안에 대한 긴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의 금융위기를 하루빨리 수습하기 위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심도있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첫째는 아시아각국의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금융당국간의 정보교환및
정책조율을 강화해야 한다.

한예로 내년 5월 캐나다에서 열리는 APEC 재무장관회의 때부터는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들수 있다.

이번 통화위기를 겪으면서 동남아시아에서는 금융시장개방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까지 대두되었으나 오히려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금융감독체제의
효율적인 정비, 정경유착의 근절및 책임경영강화등을 단행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겠다.

특히 아시아각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금융환경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국제협력의 필요성이 더욱
큰 실정이다.

둘째로 통화위기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상설기구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일본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아시아 통화기금(AMF)의 창설은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반대로 일단 주춤한 상태지만 AMF의 창설을 단순히
주도권 다툼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몇해전 멕시코사태로 촉발된 중남미각국의 금융위기는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진화됐고 유럽연합(EU)은 오는 99년을 목표로 통화통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시아는 일본자신이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한국의 외환위기를 수습하는데만 1천억달러 정도가
필요한 실정인데 모든 금융지원창구를 IMF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서머스
미국 재무성 차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일본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중국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것이다.

세째로 역내 회원국들의 무역 사회간접자본 직접투자 인력수급 등 실물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결성을 논의해야 한다.

이번 아시아각국의 통화위기는 역내 경제협력이 부진했던 탓도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80년대 후반의 엔고이후 크게 증가한 일본의 직접투자덕분에
동남아시아의 경제성장이 빨라지면서 국제 자본이 몰렸다가 중국이 환율
저평가와 값싼 인건비로 미국시장을 잠식하자 거품이 꺼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일본 도의 수직적인 분업 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내 수평적인 분업도 확대해야 이번과 같은 통화위기
없이 아시아경제가 장기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할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