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재경위의 법안심사소위 간사회의가 확정한 금융개혁 관련 법안에
금융계 등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개혁이 오히려 거꾸로 갔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나 감독기구들은 물론 금융계에서는 벌써부터 강력한 "오히려 개악"
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개혁이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재정경제원의 금융개입을 오히려 구조화
하고 관치금융을 확장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통합 금융감독원이 국무총리
산하가 아닌 재경원 장관 지휘하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에서 두드러지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안심사소위는 통합감독원을 재정경제원 지휘하에 두는 것이 금융시장
의 통합 관리에 좋다는 이유로 당초 국무총리 산하에 두기로 했던 법안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여기서 한술 더떠 금융감독위원장을 임명할때 재경원의 제청을
거치도록 하는 수정안을 소위에 제시하는 등 금융감독에 대한 관할의사를
분명히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부측 제안은 야당의원들의 제동에 걸려 일단 국무회의 심의를
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역시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소위는 또 금융감독위원장의 임명에 대해서도 재정경제원의 제청으로 대통령
이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재경원의 지위를 대폭 강화하기 위해 노력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의 관건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호소한 금융개혁법안이
결국 재경원의 권한확장으로 귀착된다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당초 금융개혁위원회가 통합 금융감독원을 설립키로 했던 것은 이상
비대해진 재경원의 입김을 줄이고 정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된 감독권을
행사할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재경원 스스로도 "금융권이 거대한 부실채권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정부가
금융자원을 배분하고 동시에 책임도 져왔던 집행과 감독책임의 독점 때문"
이라며 감독원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웠었다.

통합감독원을 재경원 산하에 둘 경우 이는 가뜩이나 공룡이라고 불리는
재경원을 더욱 거대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산업에 대한 정책과 감독권을 한손에 쥐게될 경우 재정경제원은
말그대로 "정부내 정부" 또는 슈퍼 미니스트리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에 대한 기획과 금융정책의 기획, 여기에 금융산업과
증권시장에 대한 감독권까지 거머쥘 경우 재경원은 세계에서도 예를 찾기
힘든 거대부서로 부상할 것은 확실하다.

일본의 경우엔 통합감독원을 설립하면서 대장성으로 부터 완전히 분리해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고 미국 등에서는 금융감독기구인 SEC(증권거래위원
회)와 FRB(중앙은행)를 당초부터 행정부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증권감독기구는 아예 민간기구를 두고 있다.

금융감독기구 설립법외에 은행법 종금업법 등도 이번 국회 심의과정에서
상당부분 당초 취지와는 달리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출한 엄격한 여신통제장치들은 법률안 심사소위의 심의과정에서
슬그머니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금의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를 75%에서 100%로 오히려 늘려준 것 등이
그 사례다.

재경위 전체회의가 이들 관련 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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