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경제로 나라가 혼란한데 국민이 낸 혈세를 공무원이 가로채는 소위
도세행태마저 세무 전산화에도 줄어들긴 커녕 더욱 조직화하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짙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94년 인천 북구청의 거액의 세금착복사건 충격이 아직 생생한 마당에
지난주 서울 마포구청서 발각된 차량등록세 증발사건은 때가 때인지라
그에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어제까지 알려진 검찰 수사로만 차량등록 대행업체 직원 정씨 한 사람이
2년여동안 고리대금 등으로 유용한 금액이 3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영수증을 교부해줘 차량등록은 제때 하게 하고 받은 세금을 2~3개월
늦춰 입금, 유용하는 수법으로, 정씨 혼자 처리한 것만 2천9백여건이란
것이다.

문제는 대행업체 직원의 단독범죄가 아니라 공무원 은행원 3자가
짜고 한 조직범죄의 높은 가능성이다.

상식 수준에서 차량등록세 수납-차량등록 업무의 연쇄성으로, 은행
출장직원-구청 담당자-대행업체 3자 가운데 어느 한 고리가 앞뒤 쪽과 전혀
짜지않고, 그것도 상당기간에 걸쳐 거액 수납세금을 유용 내지 착복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아직은 세금종류가 등록세등 14가지로 세분된 데다 세액도 많은 자동차관련
제세에만 집중되었다고 믿으려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밖의 여러 다른 세금과 공과금은 안정하다는 보장이 아무데도
없다.

이미 지로제 온라인송금과 연결,세무전산제의 활용은 비단 차량세만
아니라 제세공과금 납부 전반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납세 편리상은 물론 경제생활 금전거래 편의에 전산체제의 급속한 보급이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편의때문만 아니라 관청의 세금수납 업무상 부정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전산체제만 완비되면 모든 난제가 일시에 풀린다고 공언해 왔고,
시민 또한 이를 그대로 믿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과학적 시스템, 사회제도에도 구멍이 없을 수는 없다.

왜냐 하면 그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종국적으로 인간이어서 인간의
정직성이 바탕에 깔리지 않고서는 첨단적 시스템도 경우에 따라 역이용당하는
빈틈은 항상 남는 법이다.

항차 세금에 있어서랴.

그 부과에서 수납 사용에 이르는 전과정이 모두 공무원이라는 자연인의
심신에 달려 있는데 공무원 어느 한사람이, 그것도 납부된 세금을 찬간의
고양이 날고기 삼키듯 착복한다면 이는 국가의 근본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검찰이 대략 올바른 방향을 잡고 철저수사를 벼르고 있어 다행이지만
적어도 이 문제만은 현직 대통령은 물론 대선 후보 모두가 관심을 보여야
할 우선순위 1번이다.

한보사태 이후 부패불감증 만연에다 대통령 임기가 다가와 심지어
공무원의 집단 땅장사에 까지 온갖 사회질서가 말이 아니다.

3개월여 잔임기간 책임을 다해 진정 나라와 국민에 봉사하지 않으면
역사에 끼치는 누가 공보다 훨씬 클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