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 가스공사 사외이사 >

환경 오염 문제가 앞을 내다보는 소수의 지식인들에 의하여 제기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나,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경제성장이 급한데 언제 그러한 주장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또 이에 따른 자연 제난을 먼 훗날에 있을 것으므로
그동안에 과학 기술의 발달이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해줄 것으로 막연히
기대한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1960년대부터 환경 오염에서 비롯한 "기후변화"토론이 미국및 유럽
대학에서 활발히 전개되어 오다가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국제정치 지도자들
끼리도 이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이제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국제 협의에 나섰다.

지구가 더워지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이런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반대도
만만찮다.

설령 기후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빙하기와 간빙기가 서로 교대하면서 기온을
균일하게 지켜 주듯이, 어떤 초자연적인 보이지 않는 손("가이야"라고도 함)
이 기후 변화를 조율해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만만찮다.

그러나 인간이 배출해 내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량이 너무 많아졌고
이제 지구의 환경을 지켜주는 "가이야"도 지쳐서 빈사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지금 세워야 적기이지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재난
이 닥쳐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동상이 걸린 사람을 갑자기 더운 물에 넣으면 오히려 죽을 수 있다는
이치와 같이 적기에 대처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주장은 설득력을 얻어 세계 지도자들의 호응으로 이어져 1992년 리우
지구 정상 회의를 시작으로 기후 변화 협약(FCCC)을 탄생시켰으며, 이제
오는 12월 온실 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기후 변화 협약 의정서를 채택하기
위해 교또에서 제3차 총회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현재까지 진행해온 7차례의 회의를 거쳐 대략 잡힌 윤곽은 세갈래인데
EU는 2010년까지 온실 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사용량
기준 15% 감축, 일본은 이의 5%, 미국은 0%, 즉 1990년 배출량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아직 협상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부분은 <>배출권 거래 <>OECD
국가군에 신규 회원국 멕시코와 한국을 포함시키는 문제 <>중국을 포함한
G-7 국가들의 적극적 참여 <>미국의 불확실한 입장 등이 있으나, 미국의
입장정리가 이번 회담에서 성공 여부의 관건이 될 것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클린턴 행정부가 다소 원래
입장에서 후퇴했으나 세계의 여론, 특히 EU 국가들의 적극적인 자세에 밀려,
어떤 형태로든지 의정서 협상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임을
감안할 때, 교토총회에서 끝마무리를 못 맺더라도 다시 합의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상컨데 EU안 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일본안, 즉 2010년까지 5% 감축안에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의 소식으로는, 개도국의 의무를 유예하는 대신 장례의 배출규제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규제를 실현시키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석유기준 약 8t으로 한국 3t, 일본 4t,
프랑스 4t에 비하면 훨씬 높다.

그러나 1985~1995년간 에너지소지 증가동향을 보면 대략 미국은 2%, 일본
약 3%, 중국 4%, 프랑스 2%, 한국 10%로 미국및 선진국가들의 에너지 소비
증가는 답보기에 들어가 있다고 볼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실 가스 규제 협상이 이루어지면 경제활동에 극심한
타격을 받는 나라는 한국과 같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 에너지 다소비형
나라들이다.

따라서 미국은 탄산 가스 배출 규제를 구태여 지연시킬 입장도 아니다.

더구나 미국 민주당 행정부가 2인자이며, 가장 유망한 차기 대통령 후보
"알 고어"는 온실 가스 규제 협의를 주장한 정치가다.

1992년 출간한 그의 저서 "Earth in the Balance"에서 미국인은 연간 자기
몸무게의 2배나 되는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계속해서, 간디옹이 어린 아이에게 설탕을 먹지 못하게 충고하기전 2주간
자기가 설탕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인이 솔선수범해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보아 미국의 협상안 도출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한국이 취해야 할 입장을 정리해 보면,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를 지속하려면 어는 형태든지 "기후 협약"에 동참해야 할 것이며
더구나 앞으로는 OECD 회원국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규제하는 국제 협약을
지지할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될 것이다.

이번 개도국에 대한 유예로 예봉을 잠시 피할 수있으므로, 우선은 OECD
국가군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머지않아 현재 EU국가들처럼 탄소세 도입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탄소세, 환경세, 에너지세 등 도입이나 <>이런
세계 도입을 늦추면서 상계 관세를 부담하는 방법중에서 택일을 요구받게
된다.

탄소세 등을 도입했을 때 생산원가 상승으로 국제 경쟁력이 떨어져 입는
경제적 손실보다는 상계 관계를 부담하는 쪽이 다소 유리하다.

이런 점을 놓고 볼때 우리가 취할 최적 입장은 실무협상단계에서 최대로
유예 기간을 얻어내어서 탄소세 등의 도입을 가능한 데로 늦추는 최선일
것이다.

국제 협약을 떠나서 우리 스스로가 노력해야 할 일도 있다.

에너지사용을 최대로 효율화하고 대체 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대체에너지로는 원자력을 생각할 수있으나 핵발전소가 입지난과
민원을 고려해 볼때 해결책이 못된다.

에너지 절감 기술의 활용과 석유 대신 천연 가스로의 대체가 우선 손에
잡히는 방법이다.

지금의 액화 천연 가수(LNG)수입뿐 아니라, 동북아 배관망(PNG)사업을
추진하여 시베리아로 부터 가스를 들여 오는 것도 에너지 문제 해결과 함께
기후 변화 협약으로 부터의 압력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거양득인 방법이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에너지 자원은 에너지 절약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