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투자자의 증시 이탈로 금융시장이 혼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대기업 연쇄부실과 금융기관의 과다한 부실채권등
구조적 취약성이 표출된 것에 기인한다.

현재 외국투자자들은 부실문제가 위험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외환보유고 부족과 단기외채 누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리경제는 최근 축소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높은 저축률, 높은
무역의존도, 건전재정 등 거시적 기초여건은 충실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부실 처리등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규제 도입으로 정책의 신뢰도가 저하되어
위기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불안을 조기에 수습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부실채권규모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투명하게 공개함과 동시에
재정자금 동원을 통한 통화중립적 방식으로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조성하여
부실채권 관련 부동산을 조속히 처분해야 한다.

부실채권을 조속히 정리하여 은행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만 은행
증자가 가능하고 대외 신인도가 회복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부실정도가 심각한 은행은 부실채권 정리과정에서 BIS
자기자본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므로 자구노력을 전제로 해당은행에
대해 정부의 출자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저축대부조합 위기발생시 GDP의 4%에 달하는 재정자금을 투입하여
단기간내에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반면 일본은 미국에 비해 부실규모가 훨씬 컸음에도 불구하고 대장성이
재정지원을 반대하여 부실발생 이후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리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부실은행에 대한 정부지원이 과도한 재정적자를 초래하지 않도록
계획된 예산총액 범위내에서 지출우선순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조정하여
재원을 금융부실 관련지출에 집중배정하되, 국채발행및 공기업주식의 현물
출자도 과감하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출자 은행이 정상화될 경우 정부가
이에 대한 보상을 사후적으로 최대한 받을수 있는 "옵션"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경영정상화시 싯가보다 높은 가격에 정부보유지분을 은행에 다시
매각할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볼수 있다.

둘째 구체적인 외자유입 촉진책을 마련하여 외환부족에 대한 외국투자자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상업차관과 장기채권시장을 전면 자유화하고 공공차관등 정부차원의
외화차입통로도 활용하여 단기외채 비중을 낮춰야 한다.

이와함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한 금융기관의 채무상환용 해외차입 등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을 확대하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금융기관의 정부
의존적 행태를 억제해야 한다.

셋째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에 의해 초래되는 환율절하압력을 적시에
수용해야 한다.

외화유출입은 미래의 환율변화에 대한 기대에 의해 결정되므로 환율이
빠르게 절하될 경우 환율절하기대가 불식되어 오히려 외화유출이 억제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환율의 "오버슈팅"을 감내해야 하며,
중앙은행은 "오버슈팅"이 진정되는 시점에서 개입하여 환율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와 같이 무리한 환율방어노력이 지속될 경우 외환보유고가 감소하여
불안심리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넷째 작금의 금융불안을 근원적으로 촉발시킨 부실재벌은 반드시
시장규율에 입각하여 정리함으로써 차입에 의존하는 재벌의 방만한 경영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주 경영진 근로자 등 부실관련 경제주체간의 책임주의에
입각한 손실분담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실의 비용이 과거와 같이 국민부담에 의해 보전될 경우 재벌과
금융기관의 정부의존적 행태가 근절될수 없고 추가적인 부도 예방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효율적인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서는 정상화를 추진할 경영주체가
시장기능을 통해 선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실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채권단이 안정주주로서 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할수 있도록 대출금 출자전환을 허용해야 한다.

대출금 출자전환은 은행 입장에서 당장의 수지개선 없이 채권 포기라는
위험부담을 수반하지만 부실기업이 정상화되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제3자
인수나 주식의 일반매각을 통해 높은 자본수익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출자전환 방식은 기업의 재무구조개선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는
M&A시장의 활성화를 촉진함으로써 기업경영권 과보호문제도 해결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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