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의 해외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투자개발형사업이 크게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대부분이 정부의 해외투자 및 외환규제, 지원책 미비
등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위주의 각종 국내 제도와 미성숙한 업계관행이 "해외건설 수주 2백억
달러 시대"를 달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수주패턴의 변화, 개발형 투자사업의 급증 등 해외건설시장여건은 급변
하는데 비해 국내 해외건설 관련 규정은 변화의 흐름을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다.

업체들은 해외건설공사가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규제폐지는
물론 지원을 적극 늘려 수주활동이 촉진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외환 및 해외투자관련 규제 ]]

해외수주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는 우선 해외부동산 취득대상을 당장
필요한 사업에만 국한시킨다는 점이 꼽힌다.

개발사업은 보통 몇년씩 장기간에 걸쳐 단계별로 추진된다.

정부가 적시하는 필요한 시점, 즉 사업이 상당 수준 추진된 단계에서
토지를 구입하면 땅값 상승으로 투자비 비율이 높아지고 채산성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인해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의 부동산개발업체들로부터 조건이 좋은
개발사업 제의를 받아도 토지확보 문제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또 외환관리법상의 투자제한규정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활발한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시 전체 금액의 20% 이상을 국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투자
규정으로 사업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기업들이 이자가 싼 외국돈을 활용하고 싶어도 정부가 이를 가로막는
셈이다.

이는 관련 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점때문에 단순 수주공사에만 매달리게
하며 국내 건설업체들을 하청업체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건설업체의 해외지점 독립채산제를 불허하는 조항도 기동력과 자금운용폭을
제한하는 규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주사업이나 개발사업의 추진초기에 해외의 장기저리자금을 이용해
신속히 대응해야 하나 현행 조항은 해외거주자로 분류돼 지점의 해외금융
조달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본사 명의로 해외자금을 차입해야 하는데 국내원천소득과세대상이
돼 결국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 열악한 금융환경 ]]

최근들어 투자 및 개발형사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 패키지 구성능력이
수주의 성패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가 됐다.

공사를 해주고 공사대금만 받던 때와는 건설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체들은 국내에서 자금조성이 힘든데다 금리 융자기간
등에서 선진국의 경쟁사들이 누리는 금융지원에 비해 상대가 안돼 수주
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의 경우 신디케이트 구성과 같은 선진 기법의 자금동원 능력에선
선진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로 공적인 금융지원마저 외면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시행된 지 11년째가 됐으면서도 지원사례가 거의 없는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연불금융지원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가 돈을 먼저 대주고 나중에 갚도록 하는 연불금융은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

금액도 국가별로 2천만~3천만달러를 한도치로 정해놓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건설업체들은 다른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방해가 돼 이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공사 규모가 작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업체들은 심사가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리 융자기간 융자비율 신용공여방식에서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 일본 등의 건설업체들이 혼합신용제공 등으로 리보금리보다 불과
1%안팎 높은 금리에 자금을 최장 30년까지 사용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같은 조건의 자금자체가 없다.

따라서 자사의 신뢰도등을 담보로 외국은행이나 합작선을 통해 리보금리에
1% 이자가 더해진 자금에다 3~4% 더해진 이자를 주고 돈을 쓴다.

입찰 조건에서 크게 조건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 수주선 동남아시장 편중현상 ]]

올들어 지난달말 현재 총 수주고는 금액기준 1백3억4천8백80만6천달러이며
건수로는 1백39건이다.

이중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장의 수주고는
금액기준 69억4천8백40만8천달러이며, 건수로는 1백1건이다.

전체 수주고중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67.1%, 건수로는 72.7%가 동남아
시장의 공사가 차지한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극심한 편중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비해 <>중남미 시장에서는 5건 1억9천2백만달러 <>태평양 및 북미
시장 14건 5억8천2백만달러 <>중동 7건 5억9천8백66만달러에 불과한 실정
이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정부가 금융위기로 인해
댐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를 무기 연기한다는 결정을 심각하게 받아
들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해외건설 수주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 외화가득률 하락 ]]

최근 4~5년동안 해외건설 수주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외화가득률은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건설 수주는 92년 27억8천만달러, 93년 51억2천만달러, 94년 74억4천만
달러, 95년 85억1천만달러 등으로 92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에는 다시 1백8억달러의 수주고를 달성했다.

그러나 해외건설공사를 맡은 국내업체가 임금 자재구입비 등 현지에서
지출하는 비용을 제외하고 얻은 순수입(외화가득액)의 비율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91년에는 24%의 외화가득률을 기록했으나 93년에는 20.7%로 낮아져 연간
평균치(21.6%)를 밑돌았고 94년에는 18.8%, 95년에는 16.6%로 낮아졌다.

건설부문의 외화가득률은 76년 56.0%에 이르는 등 70년대후반에 40%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었다.


[[ 기타 ]]

수주 및 개발정보의 중요도가 갈수록 더해가는 해외시장에서 해외공관
운영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어느 국가에서나 현지 정보수집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지만 대사관이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로 구성되다 보니 정보교환 등 원활한 운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아직까지 덤핑응찰이 판을 치는 등 건설업체들의 행태도 일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옛날보다는 상당 수준 개선됐지만 시공실적을 높이기위해 과당 수주경쟁을
하거나 현지에서 정보를 주고받고 컨소시엄을 통해 사업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방형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