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은 전쟁무인화를 겨냥해 지난 80년대초 "걷는기계"
(Walking machine) 개발을 계획한바 있다.

보통 걸을때 시속 5마일, 종종걸음시에 12마일, 달음박질 할때 20마일,
최고속도 25마일까지 가능한 기계다.

이는 일종의 "살인로봇"으로 싸움터에서 보초를 서고 걷고 뛰고 하면서
장애물을 피해 목표물을 공격하는 "컴퓨터보병"인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군인이 등장하려면 이에앞서 기계와
사람을 결합시키거나 융합시키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계는 기계대로,인간은 인간대로 따로따로 떨어져 있게 되면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계보병"의 생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사이언티스트들이 기계와 생명체를 결합시킬수 있는
연구에 큰 밑받침이 될만한 성과를 얻어냈다.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최근호에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한 연구팀이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칩과 살아있는 신경세포의 결합체인 뉴로칩
(Neurochip)을 탄생시켰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이 이 칩을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쥐의 뇌에서 추출한 신경세포들이 반도체칩에서 거미줄처럼 얽힌채
자라고 있었다.

세포들이 서로 정상적으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이 확인됐다.

이 뉴로칩은 뇌나 신경세포의 기능을 응용해서 만든 생체전자소자인
바이오칩 (Biochip)의 한 종류이다.

바이오칩은 기존의 반도체칩에 비해 장점이 많아 과학자들이 연구개발에
탐을 내고 있다.

우선 단백질분자를 기본으로 삼기때문에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집적화가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칩을 아주 극소화할수 있다.

다음으로는 생명체가 신호를 전하는 까닭에 전기가 거의 안든다.

셋째는 유전공학기술로 재료를 값싸게 대량생산할수 있다.

또 여러가지 신호를 동시에 처리 (병렬처리) 할수 있다.

책을 보면서 남의 얘기를 듣는 것같이 서로 다른 일을 한꺼번에 해낼수
있다.

뉴로칩이 인공세포 인공조직 인공눈(안) 등으로 발전하다가 마지막에는
인조인간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