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연구원과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제5차 아시아 태평양지역 경제협력 국제학술회의를
가졌다.

"기적후:동아시아 역동성의 미래와 태평양 경제질서"주제로 진행된 이번
회의는 기적으로 불리는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의 경제발전동인을 진단하고
향후 새로운 경제질서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전망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정치 경제적 이슈와 관련된 무역 투자 금융 등의 향후 변화전망도
아울러 논의됐다.

8건의 주제발표 가운데 연세대 정구현 교수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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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간 세계적으로 해외직접투자는 두배정도 늘었다.

동아시아국가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풍부한 노동력에다 저임금 국가인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4마리용이라고
불리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한국의 집중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

4마리용이 지난 90년대 전반기에 아세안국가로의 직접투자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많다.

홍콩과 대만은 전체 해외투자의 80%정도가 중국에 몰려있다.

동아시아국가 기업들의 의욕적인 해외투자는 미국 유럽 일본의 다국적기업
들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기업들은 과연 투자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일까.

동아시아 기업들의 해외투자는 이웃나라에 진출하는 "경계투자(border
investment)"라고 할 수 있다.

경계투자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생산코스트 상승 등의 국내 경제상황에 의해 해외로 탈출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특징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셋째 문화나 언어가 유사한
지역으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내에서의 코스트요소 상승을 이유로 해외투자를 했기 때문에
현지사정에 적합한 사업구조로 전환하지 않은 것도 큰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해왔다.

특히 미국 기업들은 지난 80년대에 리스트럭처링 및 경영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 최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이 사업구조를 재편,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핵심사업영역을 설정하고 모든 회사의 역량을 그 사업에 집중한다.

둘째 선택한 몇개의 사업영역에서 핵심 능력을 발전시킨다.

셋째 다운사이징 리엔지니어링 인력재배치와 같은 다양한 경영 및 조직
변화를 시도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온 반면 동아시아 기업들의 해외투자전략은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오랫동안 정부의존형 사업전략과 구조를 유지해온데다
가족경영체제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사업재편이 어려웠다.

특히 정부나 정치가 부패했을 경우 국제경쟁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국제경쟁력를 확보하지 못한채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동아시아의 중국계 기업들은 문화와 언어가 유사한 점때문에 이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에 더욱 유리한 점이 많았다.

중화 상업권은 중국본토 대만 홍콩 및 아세안국가들로 확대됐다.

그러나 중국계 기업들은 아직까지 국제시장에서 먹힐만한 기술이나 경영
노하우를 확보했다고는 할 수 없다.

동아시아 기업들의 가족경영체제는 다국적기업들과 경쟁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족경영체제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에는
커다란 장애가 된다.

동아시아 기업들이 세계경제를 떠받치는 3개 기둥의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지역이 건전하고 효율적인 자본주의체제로 성장해야만 한다.

현재의 가족경영형태가 동아시아지역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하나의
제도적 조직체인지는 미지수다.

동아시아지역의 경제통합을 위한 정부간의 조직체가 없거나 효율적인
기업구조로 전환하지 않고는 동아시아지역은 외부충격에 쉽게 상처받기
십상이다.

아울러 역내의 경제불안정도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