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환율급등, 주가폭락으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으로
파급돼 부동산거래가 거의 중단되고 가격도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내놓은 대형 부동산이 팔리지 않는 것을 비롯, 공매 경매물건,
공장용지, 토지, 상가, 아파트 등 부동산시장 전체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
들면서 금융기관도 담보로 잡아높은 부동산가치를 낮춰잡고 최근에는 아예
부동산 담보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기침체-기업부도-금융위기-부동산 침체로 이어지는 복합불황의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형부동산 시장의 경우 아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가격만 폭락하고 있다.

진로그룹은 지난4월 30여건 1조2천억원어치의 보유부동산을 헐값에
내놓았으나 지금까지 청주 가경동 백화점부지 등 7건만 팔아 1천7백억원만
조달한 상태다.

서울의 노른자위땅인 서초동 남부터미널 부지(7천평)는 시가의 절반수준인
1천7백억원까지 내려갔으나 아직 팔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기아 대농 등도 마찬가지다.

쌍용그룹과 금호건설 등도 그동안 수천억원대의 업무용빌딩과 대지 매각을
전문업체에 의뢰해놓고 있으나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다.

성업공사와 경매시장에는 매각의뢰물건이 폭증하면서 있으나 대부분
낙찰가율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공매부동산의 경우 지난 7월이후 매월 1백여건이상 늘고 있으나 매기가
없어 거래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다.

지난달말까지 서울 경기지역의 경매물건은 모두 6만4천7백83건으로 벌써
지난해수준에 육박했으나 유찰이 거듭돼 토지 및 상가의 경우 9월이후
낙찰가율이 사상최저수준인 60%대로 떨어지고 있다.

아파트 낙찰가는 그동안 감정가의 90%선을 꾸준히 유지했었으나 10월에는
70%대로 내려앉았다.

한때 각광받던 수도권 준농림지를 비롯한 토지 임야시장도 거래가 끊기면서
가격이 폭락하는 양상이다.

최근까지 가장 땅값 상승폭이 컸던 파주시일대 준농림지는 평당 1백20만원
까지 올랐다가 매기가 끊기면서 평당 1백만원이하로 호가가 떨어졌다.

전원카페 부지로 인기를 끌었던 양평군일대 준농림지도 연초에는 평당
35만~4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평당 25만원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거래가 두절되자 파격적으로 싼 값에 내놓는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흐름에 특히 민감한 상가는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점포만 1천8백여개에 달하고
전국적으로는 빈 점포가 5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분당 일산신도시의 신축빌딩은 물론 단지내 상가에도 빈 점포가 널려 있고
임대보증금과 권리금이 지난해 절반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일산 백마마을 한성 쌍용아파트 단지내상가 10평짜리 점포의 경우 분양가가
1억8천만원이었으나 지금은 9천5백만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고 있다.

보증금 4천만원 월세 1백80만원에 임대됐던 이 점포는 현재 보증금
2천만원 월세 70만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그나마 사려는 사람이 없어 몇개월째 매물로 남아 있다.

< 유대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