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악화되어온 대기업들의 연쇄부도사태는 종전과 같은 부실기업처리
차원의 처방으로는 이 난국이 해소될 수 없는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않는한
해결될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근본원인의 첫째는 경쟁국인 선진국의 3~5배에 달하는 자본의 값, 즉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상승과 노임상승의 협공때문에 기업들이 적자경영을
감수해야 하는 곤경에 처해 있고, 그 둘째는 제2금융권이 50% 이상의 금융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은행이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려 자금을 회수해가면
흑자기업도 은행이 대불해서 구제할 수 없게 되어있는 금융구조상의 누적된
불건전구조가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융 구조상의 문제를 시정하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이
되고 있는 높은 자본의 값은 금리를 정부가 현행법에 따라 선진국수준인
연6%선으로 인하하면 현재의 화의신청 또는 법정관리신청 기업들이 당장에
흑자기업화하기 때문에 기업도 회생하고 은행과 종금사도 건전해지므로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한국경제의 건전성이 회복될 것이며 증권시세는 폭등을
거듭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과 종금사에서 각 5조원씩 모두 10조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A기업은 연 1조5천억원(15%)의 이자를 지불하면서 연 3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만약 금리를 6%로 인하하면 A기업은 연 6천억원의 이자를 지불하면 되므로
3천억원의 손실을 흡수하고도 1년에 6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건전기업이
된다.

따라서 A기업은 3천억원의 적자때문에 종금사의 자금회수공세에 따른 부도
유예 기업화했으나 정부의 선진국수준의 금리인하정책으로 당장에 건전기업화
하고 화의나 법정관리라는 필요성은 없어지고 생산과 수출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자국의 금리수준을 재할인율의 상하조정과 시중은행의
대출기준금리(Base Rate, Bank of England, Lombart Rate, Bundes Bank)를
결정해줌으로써 국가금리 수준을 3~5%로 낮게 책정해서 자본의 값이 코스트
푸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금리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하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하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기이한 것은 일본이 대출금리를 5%에서 2.2%로, 1년만기 예금금리를 0.6%로
인하해도 은행의 예금이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금을 인출해서 집에다 둘 것인지 묻고 싶다.

반대론자들은 또 금리를 내리면 과소비가 일어나고 저축이 감소한다고도
주장한다.

과소비는 과다한 이자소득을 누리는 일부 불로소득층이 하는 것이므로
금리인하는 과소비층의 거품 고소득원천을 없애주므로 국민 소비구조가
오히려 건전해질 것이다.

이렇게 볼때 문제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예금금리는 현행대로 12%인데
대출금리를 6%로 인하하면 6%의 손실이 향후 1년간 발생한다는 점이 난제로
남게 된다.

은행의 손실은 과거의 금리인하 때와 같이 중앙은행 특융으로 보상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제2금융권은 같은 방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제2금융권의 여신총액이 1백50조원이라고 할 때 역금리손실은 9조원에
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손실은 단기금융이기 때문에 길어야 9개월이면 끝나는데 반하여
현재 20조원의 원금과 이자 3조원(15%)을 합한 원리금손실은 1년이 될지
5년이 걸릴지 이대로가면 예측할 수 없는 또다른 기업부도에 따른 원리금
손실이 증가할지 모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도 살리고 종금사도 원금이
건전금융화하고 금리도 6%는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금리인하가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해볼만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 금리
인하라는 점은 아래와 같은 1석6조의 효과를 보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금융비용절감으로 생산원가가 감소함에따라 1)제품값이 안정되고
2)서비스요금이 안정되므로 3)전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

둘째는 경제발전에 따라 1인당 소득이 2만달러가 될 때는 노임도 배가
오른다.

값싼 자본으로 비싼 노동을 대신하는 투자가 가능해짐으로써 무인공장
등으로 제품값은 오히려 값을 낮추어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자본의 값이 싸고 기업이윤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가
촉진될 것이다.

넷째 수출품을 값싸게, 그리고 기술개발로 질좋게 만들 수 있게 되어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어 국제수지가 개선될 것이다.

다섯째 저금리로 국채발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일본과 같이 국채발행으로
SOC건설이 가능해지므로 고물류비용을 감소시키고 교통체증을 완화해줄
것이다.

여섯째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4가지 원인중 1)고임금은 저금리
자본에 의한 성력투자로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할 수가 있고 2)고금리는
없어지며 3)고물류비용도 SOC건설이 민간 아닌 정부가 국채발행으로 할 수
있게 되므로 4)고지가 이외의 장애요인 세가지를 금리인하 정책으로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게 되므로 국가종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저금리효과를 잘 알고 있는 선진국은 저금리정책으로 자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대기업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방지하고
대량해고라는 국민적 불안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