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뭐죠"

무선호출기를 생산하는 중소 무선호출기 제조업체들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무선호출가입자가 지난 8월 1천4백만명을 넘어서기까지 호출기시장도
함께 성장해왔고 9월에도 전국적으로 40여만명이 늘어나는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엠아이텔 텔슨전자 등 4강의 약진은 눈부시다.

이들은 삼성 LG 모토로라 등 대기업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며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무선호출을 중소기업 육성이 성공한 모범적인 분야로 만들면서
PCS(개인휴대통신)단말기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등 "한국의 모토로라"와
"한국의 에릭슨"을 꿈꾸고 있다.

팬택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액의 60%에 육박하는 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탠더드텔레콤과 엠아이텔은 상반기에 각각 2백40억원의 매출을,
텔슨전자는 2백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의 올해 매출목표는 무선호출기외에 시티폰 9백MHz 무선전화기등
다른 제품을 포함해 7백억~1천억원대.

텔슨이 지난해에 4백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스탠더드텔레콤이 5백억원,
텔슨전자가 4백20억원, 엠아이텔이 3백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고려할때
1백% 안팎씩 성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4총사의 약진은 올해 무선호출기시장 판도를 변화시켰다.

수도권의 한 무선호출업체의 가입자별 보유 단말기 조사에서 96년말 현재
일반무선호출기중 57%를 차지했던 삼성 LG 모토로라 등 대기업의 비율이
지난 9월 53%대로 떨어졌다.

특히 4총사가 지난 9월말까지 수요가 1백만대에 달했던 광역무선호출기
판매에 집중한 결과 9월말 현재 대기업 제품의 비율은 37%에 그쳤으나
4총사의 비율은 56%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무선호출기 중소제조업체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30여개를 훨씬 넘는 중소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노마진 판매경쟁이 벌어지고
여기에 더해 일반삐삐 문자삐삐 광역삐삐에 이어 새로운 시장인
고속무선호출기 시장이 예상과는 달리 활성화되지 않고 10만대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간의 과당경쟁은 시장구조 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고속무선호출기 시장은 서비스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가입자 확보에 나서고
있지 않아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에따라 무선호출기 전문업체들은 미국 중국 동남아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해 이 지역 시장을 더욱 넓히는 방법만이 살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