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은 금융자율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한다는 경고가
한국은행에서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한은은 "핀란드의 금융위기 극복경험과 정책점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핀란드가 급속한 자본개방 등 무분별한 금융자유화 추진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난 89년 일부 은행에서 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하는 등 93년까지
금융위기를 겪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부가 환율급등을 막기 위해 채권시장의 개방일정을 앞당기는 시점
에서 섣부른 자본자유화가 핫머니의 유출입을 촉진시켜 환율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어서 특히 눈길을 끈다.

한은은 핀란드의 경우 지난 87년 기업의 해외장기차입을 전면 자유화
함으로써 민간부문의 해외차입 수요가 증대됐으나 90년에 성장률이 제로에
그치는 등 경기가 냉각하자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급증, 금융위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92년에는 예금은행의 부실자산이 대출금의 8.7%에 달하고 화폐
가치가 20% 폭락하면서 은행의 수지가 악화,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마이너스 2.8%를 기록했다.

이같은 전체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금융기관 및 화폐가치의 대외신인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었으며 금융기관의 해외차입난, 국내외 차입금리의
급등, 환율제도의 붕괴 등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기상황으로 몰아넣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따라서 이같은 금융위기를 모면하려면 정부가 서투른 금융자율화를
지양해야 하며 외부적 압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개방에 나설 때는 금융
자유화 추진에 따른 부작용에 충분히 대비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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