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고등훈련기 2단계개발사업(KTX-2)이 재개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산위기까지 몰렸던 KTX사업이 1단계 종료이후 2년여만에 다시 추진케 돼
일감을 확보할수 있게된 업계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으며, 한국형
독자모델 항공기 개발이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항공산업발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삼성항공은 지난 24일 초음속 고등훈련기 개발사업계약을 정부와 체결하고
한국형 독자브랜드 항공기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005년까지 1조6천8백억원을 들여 추진될 이 개발사업은 오는 99년 2월까지
외부형상을 완료하고 2000년말까지 시제 1호기 제작완료및 초도비행에
착수하며, 2005년말엔 모든 개발일정을 마치고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될 경우 지금까지 조립및 면허생산단계에 머물러있는 우리의
항공산업이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자체기술로 개발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과연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항공우주산업 육성책은 그야말로 갈팡질팡이었다.

계획변경이 잦고 관련부처간의 이견으로 차질을 빚는가 하면 참여 업체들의
갈등으로 시행착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항공우주산업이 우리 실정에 맞는 미래 전략산업이고 세계 10대 항공기
생산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정부의 청사진이 나온 것은 벌써 옛날 일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추진되는 것은 거의 없다.

또한 이번에 재개키로 한 고등훈련기 2단계 사업만 해도 지난 95년
1단계 탐색개발을 마쳤으나 정부의 사업재검토로 2년여의 공백을 갖게 됐다.

지금 추진중인 중형항공기사업,다목적 헬기사업 등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늦어지고 수정되고 취소되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중요하고 미래 유망산업이라고 내세우기는 하지만
실천의지나 비전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런 와중에서 업체들이 겪는 애로와 손실은 무척 크다.

그동안 항공산업에는 1조원이상의 투자가 이뤄졌고 4천여명의 전문인력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난맥으로 그 많은 사설과 인력이 유휴화된다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보도(본지 22일자)에 따르면 뒤늦게나마 정부는 항공우주산업개발
기본계획을 다음달 확정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계획보다 실행이 중요하고 그것도 처음부터 철저한 기본구상을
토대로 일관성있게 시행하는 것이 경쟁력을 기르고 낭비를 줄이는 길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다만 사업시행주체인 삼성항공은 지난 8월과 9월 잇달아 일어난
KF-16전투기 추락사고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고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자사가 조립생산한 전투기가 기체결함으로
잇달아 추락한 것은 불명예임에 틀림없다.

고등훈련기사업은 고난도 기술확보 등 보다 신뢰할수 있는 개발사업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