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PCS 016을 개통한지 며칠 안돼서 갑자기 나의 단말기가 삐삐하면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렸다.

얼른 열어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미국에 가 있는 딸애로부터 온
짧은 편지였다.

내용은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이 문자 메세지가 도착하면 연락을 달라는
것이었다.

딸애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메시지를 받은 것도 기뻤지만 우리 PCS 전화로
미국에서 보내는 문자 메일을 받아볼수 있다는 사실에 마치 동화 속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를 실제로 보는 것 같아 크게 감탄한
적이 있다.

게다가 컴퓨터 통신에 들어가 보면 가위 환상적이라고 할수 있다.

사이버공간 속에서 헤엄치는 네티즌이 하루에도 수백만명이며 그들의
대화도 마주보며 얘기하는 것과는 천양지판으로 다른 소위 "또 다른
문화"가 잉태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통신을 이용한 정보의 교환은 음성에서 문자나 화상으로, 또
유선의 한계를 벗어나 무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PCS라는 보편성이 강한 국민이동전화의 보급으로 바야흐로
"움직이는 정보전화"의 시대가 도래되고 있다.

이러한 문자의 대화는 우선 기록성이 있기 때문에 편지를 읽을 때와 같이
감정이 오래 남을수 있다.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기 때문에 비록 간결하지만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남길 수도 있다.

또한 신분 계급 등에서 상대적으로 좀더 자유스러워질수 있어 어찌 보면
우리나라처럼 아직 봉건적인 유교문화가 존재하는 문화 속에서는 대화의
민주화까지도 그 부수효과로 이루어질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이 PCS는 젊은 사람들한테 더 인기다.

좀더 새로운 것, 그리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니까.

어쩌면 새로운 기술의 출현이 새로운 대화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