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집중을 정부가 나서서 막는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현재 어느나라
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도 우리처럼 오너의 영향력과 지분관계를 갖고 규제하지 않아
기업이 별 애로를 느끼지 않고 있다.

정부 관리들도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
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재벌구조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제도의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미국과 독일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긴 있었다.

그러나 그 규제는 독과점 등 우월적인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도 이미 80여년전에 모두 없어졌다.

일본에 있는 제도도 정책의 철학이나 규제방식이 전혀 다르다.

우선 6대그룹에 한정돼 있고 그것도 각 그룹별로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다.

출자총액한도를 예로 들면 우리보다 4배 수준인 순자산의 1백% 이내로
제한돼 있다.

기본 철학도 법인자본주의에 입각해 있어서 오너의 지배력이나 지분을
따지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는 대기업그룹들이 이 제도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규모 확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대기업그룹은 위에서부터 30위까지 잘라 더 이상 몸집을 키우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제도인 것이다.

어쨌든 우리 기업들은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안방에서부터 족쇄를
차고 버겁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