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상황의 키워드는 부도다.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여파가 중견기업에까지 이어지면서 경제상황은
그야말로 혼미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불안정과 맞물려 기업들은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도무지 예측이 안된다는 얘기만 무성하다.

이런 경제현실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사가 21일 개최한 "4.4분기 경제전망
특강"은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내년도 전망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제발표에 나선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소장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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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금수요 증가세가 미미해 금리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기업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소폭의 매출 증가세와 공급과잉 여파로 여전히
재고비용 부담이 늘어 운전자금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총자금수요는 내년 4.4분기 이후에야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예상되는 환율상승은 수출증가로 무역수지개선이 기대되는 반면
수입물가상승 효과도 동시에 예상된다.

가격경쟁력약화로 수입물가 상승효과가 부각될 경우 금리상승을 부추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이 급격히 뛰어 당국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에도 단기적인 통화
긴축과 금리상승 압력의 요인이 된다.

내년에는 물가가 소폭 상승하겠지만 물가불안심리는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물가안정요인보다 물가불안요인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는 한 내년에 기업의 추가부도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아그룹은 일단 경영정상화를 시도하겠지만 내년에 부도처리될
위험은 상존해 있다.

기아그룹의 자구노력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계열사의 부실여신 약 6조원
가운데 일부에 대한 금융기관의 손실부담이 예상된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도 기업부도, 특히 대기업 부도증가에 따라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내년중에도 금리불안이 지속될 경우 자금수급은 주로 장기채시장보다 단기
금융시장에 이뤄질 전망이다.

단기금융상품간의 수신경쟁이 역마진으로 한계에 도달하고 그동안의 대출
기피로 금융기관의 자금여력이 상당히 커져 있기 때문에 단기 자금이 장기채
시장으로 공급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금리조정신호는 단기금리의 하락이후에 장기금리의 안정으로
나타날 것이다.

단기금리가 하락하기 위해서는 <>예상 통화공급규모의 증가 <>단기금융상품
수신실적의 호전 <>기업부도위험의 감소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오는 12월의 대통령선거가 금리변동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현 여권의 정권이 유지되지 않고 야권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초기정책방향에 대한 불투명성 때문에 기업의 투자수요가 당분간 감소하고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 기업부도위험 증가로 기업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더하고 금리간
스프레드가 확대될 전망도 예상할 수 있다.

대기업의 추가부도 및 그 위험이 계속될 경우 해당기업들 나아가 일부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때 내년중 금리는 상반기에 보합세, 하반기에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수준은 3년 회사채금리가 분기평균 11.8~12.1%, 3개월 기업어음(CP)
금리의 경우 11.7~12.5%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안정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자금양극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주식시장 <>

올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내년 수익성은 큰 폭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올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것은 수출단가 하락에
따른 기업수익성 악화 및 환율절하로 인하 환차손이 크게 증가한게 주원인
이었다.

내년의 원화환율은 올해에 비해 연평균 2.3% 상승, 상대적인 안정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이후 원화는 절상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내년에도 국내기관(일반인)보다는 외국인이 장세를 주도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중 원-달러 환율이 상대적으로 안정될 전망이어서 환율하락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의 주식매수세력이 된 외국인투자가들은 정부의 한도추가확대 조치로
투자금액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신정부가 출범하면 강력한 경제정책을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고
증시상황에 따른 신축적 공기업매각추진으로 주식공급물량의 압박은 상대적
으로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의 내재가치 및 예상금리를 감안할 경우 내년 종합주가지수는 7백70~
8백20 수준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약 40% 상승하고 연평균 금리는 12.0%로
소폭 하락할 경우를 근거로 하고 있다.

내년 주가는 2.4분기부터 오르기 시작, 3.4분기에 8백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때는 원화환율의 안정이 관건이다.

신정부 출범후 증시부양 차원의 외국인 투자한도의 추가확대가 2.4분기,
3.4분기에 이뤄질 경우 본격적인 주가상승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내년중 예기치 않은 대형 부도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지난 7월 기아그룹의 부도유예적용이 주가급락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대형부도가 잇따를 경우 15%이상의 주가하락이 예상된다.

기아사태로 올해 주가는 7월이후 15%이상 떨어져 거의 연초 수준까지 급락
했던 상황을 되새겨 볼만하다.

대기업그룹 계열사의 대형부도가 또 일어나면 그 충격은 기아사태를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