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대앞 녹두거리는 전에 보지못한 신명나는 그 무언가로 꿈틀대고
있다.

거리를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에서도 신바람이 느껴진다.

"정치 경제 대학사회 어느 것 하나 온전치 못한데 왜 이리 생명력이
충만한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기자가 힘들게 찾은 그 진원지는 바로 녹두거리의 명물주점인 태백산맥
이었다.

태백산맥안에 조그맣게 마련된 문화공간, 이름하여 "비누방울 혹성"이
몇달간의 산고끝에 이달초 문을 연 것이다.

"대학인의 새로운 대화 참여 소통의 공간"

"상업주의 개인주의문화로 피폐화된 대학문화의 복원"

"현실순응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저항문화의 장"...

비누방울 혹성 이벤트가 지향하는 지점들이다.

이곳에서는 정기적으로 음악공연 전시회 특별기획행사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음악공연은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메아리OB들의 모임인 "음.심.모",
"소시지" "스핏" "초코파이" 등 대학록밴드, 민중가요 포크 국악 등 다양한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인 "정.발.협" 등의 참여로 이뤄진다.

전시회는 서울대 컴퓨터그래픽연구회인 "COMGRA", 농업생명대 사진동아리인
"녹영", 서양학과 판화연구모임인 "인터메조" 등 동아리들이 알차게 꾸민다고
한다.

이 공간이 마련된 데는 10여년간 녹두거리를 지키며 학생들과 애환을 같이한
태백산맥 아저씨 배명섭씨(46)의 힘이 컸다.

평소 동생처럼 여기던 김기열씨(서울대 계산통계학과 91학번)가 제대한후
복학하면서 대학사회의 변질된 모습에 안타까워 하는 것을 보고 서로 머리를
맞댄 결과 비누방울 혹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가 거리에 이런 문화공간이 들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지난 1일과 2일 양일간 특별공연이 시작되자 태백산맥을 찾은 학생들은
모두 새로운 실험에 한편 들뜨기도 하고 한편 걱정스럽기도 한 표정이었다.

태백산맥 아저씨 배명섭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곳에서는 미리 정해진 어떤 것은 없습니다.

학생들이 서로 부대끼고 자신을 마음껏 드래낼수 있는 것이라면 무대에
올려질수 있습니다"

이 이벤트를 기획한 한 학생에게 비누방울 혹성이 무슨 뜻인지 물어봤다.

"어릴적 만들어 놀던 비누방울에 투영됐던 그 많은 꿈들이 이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과 상관없이 만들어진 모순투성이의 세상에서 어딘가 있을
비누방울로 만든 혹성으로 행복한 탈출을 꿈꾸고자 하는 겁니다"

<장규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