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운드의 마술사, 사운드 크리에이터(Sound Creator) 이정희(31)씨.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귀로 듣는 부분은 모두 그의 차지다.

화려한 그래픽영상에 음악과 효과음을 삽입해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해 그의 직업을 딱히 지칭하기 힘들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구인구직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기직업이다.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첨단 직종이다.

"아무리 그래픽이 빵빵하고 프로그램이 우수해도 생생한 음향이나 좋은
음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기를 끌기 힘듭니다"

이씨는 현재 한국소프트웨어 지원센터에서 CD롬타이틀, 게임 등
소프트웨어의 음악과 음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가 딸린 그의 작업실.

"레코딩 스튜디오"라 불리는 그만의 공간에서 솔로연주에서 1백명이 넘는
오케스트라까지 온갖 소리가 탄생한다.

"추상적인 효과음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는 난감해집니다.

예를들면 따뜻한 소리, 밝은 소리같은 것 말이죠"

이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그룹사운드를 결성,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영남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그룹 "The We"활동에 푹 빠져 살았으며
음악적 욕심이 남달랐다.

대학졸업후 우리나라의 사운드 수준을 높여보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일본으로 떠났다.

국내에서는 컴퓨터음악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기관이 별로 없었기 때문.

도쿄 "콘세르바토아 쇼비"의 음향예술학과에서 사운드 크리에이터 과정과
레코딩 엔지니어과정을 거쳤다.

전자음악의 이론과 실기 모두를 공부한 셈이다.

"지난해 4월 귀국해서 프리랜서로 활동할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업계의 동향도 알 수 있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점에 끌려 여기에 입사했죠"

실제 연봉은 2천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

하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다.

그 역시 프리랜서로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아직도 있다.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

지금도 시간이 나면 자신만의 음악을 만든다.

현재 그룹 뱅크의 2집 앨범 작업에 참여중이며 신곡을 만들어 신인가수에게
줄 구상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사운드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음에 대한 감각과 함께 작곡능력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음악만 잘 안다고 되는 것은 아니죠.

영상 비디오에 대한 지식과 함께 컴퓨터 실력도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또 전기 전자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으면 기계를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또한 "초"마다 바뀌는게 전자 분야의 기술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습득에도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충고한다.

앞으로 "JOY MAX" 등 게임업체에서 만든 게임프로그램의 사운드 음향을
담당하게 될거라고.

게임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일본의 경우 게임음악사이트만 수백개에 이르고 게임음악 작곡가에 대한
신상, 파일로 만든 음악, 순위차트까지 웹사이트에 올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날이 멀지않아
올거라고 확신합니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