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용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냉전체제 붕괴이후 국제질서의 특징은 국제무역기구(WTO)가 주도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지하고 있는 자유무역체제로 특징지을수 있다.

우리는 이념대결이나 군사대결이 아니라 시장 단일화와 외래문화까지도
수용해야만 되는 세계화시대를 맞고 있다.

EU의 결속강화, APEC의 태동, NAFTA 등의 부분적 경제통합 내지는 지역화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그런 지역화도 개방적 지역화여서 비회원국들에 대한
장벽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단일화된 시장에서 지역적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 것일 뿐이다.

이런 단일시장체제 또는 무한경쟁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앞으로도 인력개발에 의한
경쟁력제고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기술인력도 중요하지만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응할 전문인력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그래서 세계화추진위원회와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정부에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책사업을 건의하였고 정부는 작년말 9개 대학을 선정하여
재정지원을 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어느나라든 공교육을 중요시하고
있다.

사교육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지만 상당부분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U의 대부분 국가들은 고등교육마저도 전부 정부재정에 의존하고 있다.

OECD 등에선 산업에 대한 정부보조를 일일이 시비걸고 있지만 교육을
위한 정부지원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지탄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모두 정부가 해주면 그만큼 우리기업의
부담이 덜어지고, 이는 곧 그들의 국제경쟁력이 향상된다고 볼수도 있다.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책사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기업을 위한
간접지원이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른 분야의 교육도 정부보조에 의해 시행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만하다.

현재 설립돼있는 9개 국제대학원이 시행하고 있는 교육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국제통상및 국제협력이고 또 하나는 지역연구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OECD에 가입되어 WTO와 OECD 등이 규정하는 국제규범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있다.

국제통상및 국제협력의 전문가들은 바로 그런 국제규범에 관한
전문가들이며, 그들은 국제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정부와 기업, 나아가 우리국민 모두를 위해서 그들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지난번 결렬된 한-미 자동차협상때도 미국의 무역대표부대표는 우리측의
"자동차표준문제, 인증제도, 자동차금융제도, 한국소비자의 편견"등에 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왜 그런 오해가 있었는지를 우리는 생각하고 다음에 있을 협상에 대비해야
한다.

무역마찰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능한 통상전문가들을 양성하여 정부차원에서 각 부문별
통상전문가 집단을 확보하고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통상마찰에 대비해야겠다.

자동차 농산물 전자제품 반도체 등 주요 교역품목들에 대한 무역마찰은
언제든지 있을수 있기 때문에 항시 부문별 통상전문가들이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국제전문인력 양성은 바로 이런 대비를위해 필요한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지금 전세계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지역전문가양성에 등한했던것이 사실이다.

겨우 외국어교육에 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그 지역에 관한 교육을 했던 것이다.

따라서 국책사업에 의해 세계 각지역에 관한 전문가들이 제대로 양성된다면
이는 우리기업들의 해외진출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지역전문가들은 각 지역의 정치 문화 사회, 그리고 경제구조를
잘 이해함으로써 수출시장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3월에 입학한 국제대학원 학생중에는 이미 국제노동기구(ILO)나
UN난민기구 같은데서 견습생으로 참여한 학생들도 있고, 또 벌써 OECD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유사한 견습생 파견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여름방학중 외국대학에서 연수를 한 우리학생들이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은 문민정부가 시작한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국책사업이
결실을 맺고있다는 증거다.

우리는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형국에 처해있다.

즉 지속적으로 우리의 수출을 확대하여야 계속 증가하는 수입을
유지할수 있고 우리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킬수 있다.

그러나 대내외적 경제여건은 우리기업들에 과거보다도 한층 높은 생산성과
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의 적응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에서 작년에 시작한 국제전문인력 양성이란 국책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당면문제인 국제경쟁력제고에 크게 기여하도록 우리 모두는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