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전 국민에게 뿌리내린 경기지만 요즘은 도심 공간이 많이 사라져
야구할 곳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필자가 장기신용은행의 전신인 한국개발금융에 입사할 당시만
해도 여의도에는 국회와 필자가 속한 회사만 있었다.

사방이 공터로 남아 있어 운동을 좋아하는 직원끼리 축구와 야구를
즐기기 시작하여 동호회인 "야구반"을 결성한 것이 1982년으로 기억된다.

오직 젊음의 패기와 정열로 야구반을 이끌어온 초기의 멤버들 김창권
상무, 서재봉 이사, 홍순로 종합기획부장, 이정인 영업추진역,조건철
청담지점장, 이태규 반포지점장, 김성욱 차장, 손영환 차장, 공서로 차장,
강종훈 올림픽지점장 등은 야구반의 든든한 후원자들이 되어 있다.

지금은 잔디구장에서 경기를 자주 갖고 있지만 맨땅에서의 야구경기는
참으로 위험스러웠었다.

빈번한 불규칙 바운드의 타구, 슬라이딩에 따른 부상위험 등으로 경기가
끝나면 찰과상은 기본이고 심한 경우 다리 골절상을 입어 몇달동안 깁스를
하고 출퇴근한 직원도 있었다.

당행 야구반의 경기는 크게 사회인리그 참여,관계사 야구대회, OB 대
YB전을 들 수 있다.

사회인리그는 연간 13개경기정도 치르는데 현재는 금융단리그에
소속되어 동종업계와 친목을 다지며 은행을 홍보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리그 관계자들은 우리를 "도깨비 팀"이라고 자주 얘기한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강팀이라고 일컫는 팀과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나
약체라고 생각되는 팀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결과가 종종 있어 도무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이와는 별도로 15년간 지속되어온 장은그룹 관계사간 야구대회는
야구반의 중요한 행사이다.

관계사간 친목을 도모하고 "장은그룹"이라는 일체감을 느끼는 이 행사는
당행과 한국개발리스 하나은행 (전 한국투자금융) 장은증권 장은카드 등이
참여하는데 아무래도 숫적 우위에 있는 당행의 우승횟수가 가장 많았으나
최근 실력이 상당히 평준화되어 경기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밖에도 선배들과 후배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선후배간 경기는
직장내 화합을 도모하는 활력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