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산업에 있어 대만과 한국은 협력의 여지가 많지 않은 편이다.

기존 공산품의 수출입은 상호 필요에 따라 지속적으로 이뤄지겠지만
하이테크 분야에서 공동개발 합작 등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우선 대만 한국 모두 비교적 벤처자금등 자본에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상호 아쉬울게 별로 없다.

대만의 경우 오히려 넘치는 자본으로 미국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 등
첨단산업 부상지역에 상당부분을 쏟을 정도이다.

한국이 이제 막 해외 벤처투자에 본격 눈돌리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우리의 경우 최근 원화가치절하 핫머니등의 이유로 관계 정부부처에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나 해외자본의 국내투자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어
자본이동여건은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다.

이달초부터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의 발효에 따라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벤처투자가 자유로워졌지만 대만의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을 노크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철저히 안전하고 실리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그들의 관행이다.

"현재 대만의 최대 투자국은 미국이고 그다음이 홍콩차이나이다.

대홍콩투자의 대부분은 중국본토 투자를 겨냥한 것이다.

그 다음 투자프로젝트가 많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국가와
필리핀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타이베이소재 벤처캐피털회사인 포천컨설팅
그룹의 제임스 추 사장은 말했다.

또 대만이 한.중수교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앙금을 아직 털어버리지 않고
있는 점도 우리와의 협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벤처펀딩을 하는 오리엔스캐피털의 조봉연 사장은 "대만
중소업계는 대체로 한국과 협력하거나 오픈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여전
하다"며 협력의 어려움을 표시했다.

다만 하이테크산업 분야의 일반 교역에서는 상호 협력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만 한국 모두 컴퓨터 정보통신기기 전자기기 등 일부 업종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교역이 확대될수 있다는 것.

대만의 경우 통계상으로도 지난해 정보통신기기 부문은 디지털자동자료처리
기기의 수출이 28.9% 늘어나면서 전체수출이 16.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원부자재의 수요도 크게 늘어 정보통신기기의 원부자재수입이
31.7% 늘어났다.

집적회로 웨이퍼 등 주력수출품들도 지난해의 부진에서 벗어나 올들어
마이크로어셈블리 등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수출이 10%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양국간 벤처산업 분야의 협력은 상호 실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사안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5일자).